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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페소화 투매사태 거래마비
입력2001-01-17 00:00:00
수정
2001.01.17 00:00:00
필리핀 페소화 투매사태 거래마비
에스트라다 계좌조사 상원금지에 시위확산
시민, 학생, 야당, 종교계, 재계 등이 조지프 에스트라다 대통령의 퇴진을 일제히 요구하며 17일 전면투쟁에 나서고 탄핵재판이 무기연기되는 등 필리핀 정국이 혼미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일부에서 군사쿠데타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는 가운데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대통령의 하야로 이어진 지난 86년의 시민항쟁과 유사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이날 외환시장이 사실상 마비상태에 들어간데다 증시도 폭락세를 면치 못해 금융시장이 대혼란을 겪었다.
코라손 아키노 전대통령을 비롯한 시위대 2,000여명은 16일 저녁 상원이 에스트라다 대통령의 비밀계좌에 대한 조사를 금지한다고 결정한데 항의, 만달루용시의 86년 민주항쟁 기념공원에서 철야시위를 벌였다.
17일에는 마닐라를 비롯 최소 4곳 이상의 도시에서 수만명이 시위에 참가했다. 시위대들은 지난달 5일부터 상원이 진행한 탄핵재판이 이번 결정으로 사실상 무의미해졌다며 에스트라다가 사임할 때까지 계속 투쟁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날 의회가 추후일정과 절차를 확정할 때까지 탄핵재판을 무기연기한다고 결정했다. 탄핵재판 검사 11명은 이날 결정에 반발, 전원 사임했다. 이들은 에스트라다의 가차명 계좌를 조사하지 않고서는 부정축재와 독직 등 그의 비리를 밝혀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킬리노 피멘텔 상원의장도 사퇴의사를 밝힌 데다 일부 의원들도 더 이상 심리에 참여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탄핵재판은 당분간 파행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지난 86년 반(反)마르코스 시위를 이끌었던 하이메 신 추기경은 에스트라다측이 조사에 적극 협력하지 않을 경우 유혈사태를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 추기경은 "대통령이 유죄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는데 상원은 그가 무죄라고 인정한 셈"이라며 국민적 저항을 촉구하고 나섰다.
홍콩을 방문중인 피델 라모스 전대통령은 에스트라다 대통령이 탄핵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을 경우 군사쿠데타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확실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쿠데타가 일어날 수 있다"며 "친위 쿠데타가 더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라고 덧붙였다.
금융시장은 이번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마닐라 외환시장에서 페소화는 이날 개장하자 마자 투매상태를 보이며 전날보다 5% 이상 하락하며 달러당 56페소에 근접했다.
외환딜러들은 이날 시장에서 달러가 거의 사라졌다고 말하고 거래가 사실상 중단됐다고 밝혔다. 필리핀 중앙은행이 환율안정을 위해 시장개입, 금리인상 등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지만 불안심리를 꺾지는 못했다.
개장하자마자 8% 이상 폭락한 증시도 장후반 낙폭을 일부 줄이긴 했지만 맥을 못추긴 마찬가지였다. 마닐라 증권거래소의 비비안 유쳉코는 이날 "상원의 결정으로 국가신뢰도가 급락했으며 최악의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고 한탄했다. 일부 트레이더들은 에스트라다의 퇴진을 요구하며 17일 업무를 거부하고 거래소건물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김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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