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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기획실장의 24시(비상경영의 현장)
입력1997-11-04 00:00:00
수정
1997.11.04 00:00:00
홍준석 기자
◎구조조정 악재산적 “하루가 살얼음판”/환율 등 급변화 내년계획 수정 또 수정/계열사 통폐합도 절차복잡 추진 더뎌/“일만 많고 되는것 없고…” 한숨 저절로아침 7시 양재동 순환도로.
함기수 신호그룹 경영기획실장(상무·42)의 답답한 마음처럼 꽉 막혀있다. 『도로사정을 보고 그날의 일진을 연상하는게 버릇이 됐다』며 막힌 도로를 보며 한숨짓는 함실장.
그는 그룹의 구조조정을 총괄하고 있다. 그의 하루하루는 살얼음판 위를 걷는 기분이다. 구조조정의 성패여부는 그룹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기 때문. 지난 9월말 구조조정 차원에서 계열사 모두가 통합이전한 양재동 신사옥 14층에 그의 집무실이 있다. 그의 첫 일은 모든 조간신문 훑어보기. 여전히 답답하다. 함실장은 『요즘처럼 경영하기 힘든 때도 없었던 것 같다』고 말한다. 경기침체, 여전한 규제,곤두박질 치는 주가, 환율급등 등 온갖 악재가 겹치고 있다. 그는 『내년도 및 중장기 사업계획을 짜고 있으나 여건이 너무 급격히 변해 계획수정에도 바쁘다』고 말했다.
8시 기획실 요원들과 미팅을 갖고 사업계획 지침과 환율변동 수정, 사옥이전에 따른 부서간 업무 통폐합 등과 관련한 업무지시를 내리고, 조직인사와 슬림화 등 구조조정과 관련해 전날 시달한 검토사항도 보고받았다.
1시간쯤 지나 이순국회장실로 향했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계열사 합병 및 매각 과정을 보고하기 위해서다. 이회장은 내년 상반기까지 20개의 계열사를 절반가량으로 줄인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제지 철강등 계열사 합병이 그룹의 최대과제. 『구조조정에 더욱 박차를 가하라』는 회장의 지시를 받은 그는 부동산매각을 위해 외부인사를 만나는 등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선다.
이어 열린 재경본부회의가 끝나자 마자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최근 피엔텍에 매각한 신호정보통신 모나리자 등을 계열사에서 언제 제외할 것인지, 계열사별 채무보증관계, 출자총액 초과여부 등 여러 자료를 요구했다. 올해 처음 30대그룹에 진입하다 보니 각종 규제와 보고요구가 이만저만 많은게 아니다. 금융권 인사와 만난 점심식사에서는 『최근 증권가에서 나도는 루머는 사실무근이다. 그룹운영이 예상보다 잘 돌아간다』며 현상을 전했다.이제 비로소 절반의 전투를 치뤘는데 벌써 그는 피곤을 느낀다.
하오에는 그룹 임원들을 만나 계열사 합병과정을 논의하면서 원가절감이나 경영내실화를 위해 필수적이지만 절차가 복잡해 추진과정이 더디다는데 의견을 모으지만 거기서 끝날뿐.
3시부터 경영기획회의, 총무관계회의, 채권관리자회의등 몇건의 회의를 간략히 진행하고 나면 벌써 5시다. 『이때가 내부결재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는 함실장의 하루는 여기서 끝나는게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외부인사들을 만나 술한잔 하고 나면 귀가시간은 11시가 훨씬 넘는다.
가족과 언제 저녁을 같이 했는지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 한달에 두번씩 토요격주 휴무를 하고 있지만 거의 사장단 신경영회의 등 여러건의 회의가 몰려있어 그에게는 꿈일 뿐이다.
함실장은 『하는 일은 많지만 되는 일은 없는 요즘 같아선 옛날 감사원에 근무하던 시절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그리고 혼자 말처럼 되뇌이곤 한다.
『그때로 돌아간다면 기업인들의 고충을 조금이나마 헤아려줄 수 있을 것 같은데…』<홍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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