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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국과학의 미래 제시한 서울포럼

문길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짧고 강렬한 시간. 지난 이틀간 ‘서울포럼 2011’에서 필자가 보낸 시간이 그랬다. 세계의 석학들과 사회 각 분야를 망라한 많은 인사들이 모여 미래를 위한 과학기술을 논하는 강렬하고 짜릿한 경험이었고 그 같은 토론의 진지함과 신선함만큼 그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짧게만 느껴졌기 때문이다. 매년 여러 가지 형태의 다양한 포럼이 진행되지만 금융ㆍ건설ㆍ정보기술(IT) 등 각 산업을 대표하는 오피니언 리더들과 과학자들이 한데 모이는 자리는 흔치 않다. 과학의 창의와 융합ㆍ소통을 위한 이번 포럼은 과학을 위한 사회와 산업의 지원과 미래를 위한 과학의 역할을 인식하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생각한다. 산업계는 기업의 미래를 좌우할 과학기술에 대해 폭넓게 이해하는 시간이 됐고 과학계는 우리 산업ㆍ경제가 지금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다시금 생각해보고 스스로를 확인하는 시간이 됐기 때문이다. 영화제작자인 해양생물학자 랜디 올슨의 강연처럼 과학이 제 분야에서 한발 나아가 다양하고 창의적인 인문사회와의 접목을 통해 새로운 분야를 창조해나가는 모습은 과학자들에게는 말 그대로 신선한 경험이었을 것이다. 특히 이 같은 강연에 찾아와 시종일관 진지하게 강연을 듣고 있는 젊은 과학도들의 모습은 앞으로 우리 과학기술이 선진기술을 답습하거나 응용하는 구습에서 벗어나 보다 창의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 전세계 과학기술이 기술의 수준 차이를 나날이 줄여가면서 과학기술의 미래는 기초과학의 기반이 얼마나 탄탄하게 잡혀 있는가,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얼마만큼 창의적인 융ㆍ복합기술을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그 편차를 달리해가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한 국가의 산업경쟁력과 국력이 좌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가장 짧은 기간 동안 가장 괄목할 만한 과학기술을 발전시켰고 이를 통해 단기간에 전세계가 놀랄 만한 경제성장을 이뤄왔지만 그에 비해 과학기술과 인문ㆍ사회ㆍ경제의 소통은 아직 많이 부족한 편이다. 이 때문에 과학기술계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서울포럼’과 같은 소통의 자리가 앞으로 더 많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우리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한국 과학의 미래에 대해 논하고 협력하는 노력을 기반으로 창의와 융합ㆍ소통의 과학이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같은 교류의 모습이 이번 서울포럼에서처럼 젊은 미래 과학자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서울경제신문이 연구 분야도, 일하는 직종도, 국적도 다른 사람들을 ‘서울포럼’이라는 장(場)으로 모으고 집중시킨 것은 한국 과학의 미래에 대한 희망이었다. 우리 과학의 미래에 우리 사회ㆍ경제의 모든 것들이 오롯이 달려 있음을 공감하고 함께 희망을 모색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필자는 과학기술계를 대표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틀 동안 그들의 쉬지 않고 빛나는 눈을 마주하며 무거운 책임감과 든든함을 함께 느꼈다. 선진국의 앞선 기술과 뒤를 추격해오는 개도국들 사이에서 치열하게 길을 찾는 우리 과학기술계에 대한 기대와 관심을 같이 보여준 포럼이었기 때문이다. 서울포럼 일정을 모두 마치며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라는 옛 속담이 떠올랐다. 각계의 반짝이는 구슬이 모여 보배 같은 콘텐츠를 만들어낸 ‘서울포럼’. 한국 과학과 사회의 미래를 위해 머지않은 날에 다시 이런 자리가 마련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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