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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국채 거래 먹통 … 거래소 시스템 신뢰 추락

3년물 매매 2시간 중단

"주문 실수로 다운 … 피해 미미"

관리 맡은 코스콤 능력도 의문


한국거래소의 주문시스템 장애로 국고채 3년물 거래가 2시간가량 중단됐다. 지난해 세 차례나 전산장애를 일으켜 빈축을 산 지 얼마 안 돼 또다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장애 복구 후 거래가 재개되고 큰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국채 장내 거래에 대한 신뢰는 그만큼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국고채 매매체결 시스템은 2012년 2월에도 오류를 일으켜 국고채 5년물과 국고채 10년물 거래가 멈춘 바 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9시19분부터 국채 3년물의 신규주문 접수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매매 체결이 중단됐다. 거래소는 국고채 3년물 현물 한 종목의 주문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규연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는 "시장 참가자의 비정상적인 주문 입력으로 거래소 주문 시스템이 정상처리를 하지 못하고 다운돼 장애가 발생했다"며 "최근 채무증권 투자매매업 가인가 상태였던 딜러의 주문으로 접수 프로세스가 이상 작동했다"고 밝혔다. 거래소 시스템보다는 주문자의 실수가 매매 중단의 원인이었다는 이야기다. 특히 거래소의 차세대 거래시스템 엑스추어플러스 도입에 따른 부작용이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국채 3년물 매매체결 시스템은 엑스추어플러스와 무관한 별도 시스템이고 엑스추어플러스의 모의 테스트와도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거래소는 매매 중단 2시간 후인 오전11시10분 장애를 복구했고 11시20분부터 국고채 3년물 매매체결이 재개됐다.

이날 채권 장내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1%포인트 오른 연 2.85%로 마감했다.

거래소는 이번 매매중단에 따른 피해는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다. 3년물 거래는 딜러 간 협의매매를 통해 이뤄지고 개인투자자는 참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국채의 장내거래를 권장해온 거래소의 신뢰에는 금이 갔다는 지적이다. 한 자산운용사의 채권 펀드매니저는 "국고채의 경우 장내 말고 장외거래라는 대체제가 있기 때문에 이날 매매 중단에 따른 금전적 피해는 별로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동안 장내 호가를 유도해왔던 기획재정부와 거래소 입장에서는 신뢰가 훼손될 만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7월 지수통계 백업시스템 과부하와 애자파손, 9월 프로그램 매매처리 오류 등 잇단 전산사고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기관주의를 받은 바 있다.

한편 잇따라 전산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자본시장 거래시스템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코스콤에 대해 구조적 문제점을 제기하며 이후 정보기술(IT) 개발 사업 등에 대해 코스콤이 아닌 해외업체에 맡기는 충격 요법까지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콤의 자체 전산 개발 능력이 부족해 해외업체와의 경쟁을 통해 코스콤의 경쟁력 제고를 꾀하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한국거래소는 코스콤에 과도하게 지급되는 예산을 제외하는 등 총 300억원을 삭감해 코스콤과 갈등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거래소 고위관계자는 "방만경영 척결 작업의 일환으로 비용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산관리 부분을 전수 조사한 결과 코스콤에서 상당한 문제를 발견했다"면서 "예를 들어 IT인력 등급을 매길 때 여타 공공기관의 경우 S급이 아예 없거나 한 명 있는 수준인데 코스콤은 전원을 S급으로 책정해 과도한 임금을 지급하고 있었고 엑스추어플러스 개발 과정에서도 관련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인 C++ 를 쓸 줄 아는 직원이 없어 모든 프로그램 작업에 대해 외주를 맡기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IT기업으로서 정체성을 잃고 IT 관리 기업으로 전락하고 있는 코스콤의 자발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해 IT 개발 사업 등을 코스콤이 아닌 해외 업체에 맡기는 충격 요법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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