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채권(이머징마켓채권)이 저렴한 가격 수준과 수익률 매력에 힘입어 유망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설정된 신흥국 채권형펀드의 수익률도 연초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8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설정된 신흥국 채권형펀드의 연초 후 평균 수익률은 3.95%를 기록해 해외 채권형펀드(3.01%)를 웃돌았다. 신흥국 채권형펀드는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동남아, 동유럽 등 신흥시장 국가들이 발행한 채권에 투자한다. 특히 남미 신흥국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의 연초 후 수익률은 무려 8.33%로 나타났다.
신흥국 채권형펀드의 연초 후 수익률은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형펀드(3.24%)도 앞서고 있다. 글로벌 하이일드펀드는 투기등급(BBB+) 이하이면서 재무구조가 건전한 선진국 회사에 주로 투자해 안정성과 고수익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투자처로 각광받아 왔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이슈로 신흥국 채권이 대거 싼 값에 매물로 나오는데다 이머징 국가의 경기도 회복세를 보이면서 신흥국 채권형펀드가 글로벌 하이일드펀드 수익률마저 앞지르는 모습이다.
개별 펀드로 살펴보면 설정액 10억원 이상의 신흥국 채권형펀드 중 브라질채권에 투자하는 '산은삼바브라질 자[채권]C 1'이 연초 이후 8.28%의 수익률로 성적이 가장 좋다. 'AB이머징마켓[채권-재간접]ClassA'(5.89%), 'JP모간월지급이머징국공채[채권-재간접]A'(4.82%)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특히 지난해 테이퍼링 여파로 신흥국에서 자금이 대거 이탈하면서 신흥국 채권형펀드들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올해 들어 대부분 플러스로 돌아서고 있는 모습이다. 33개의 신흥국 채권형펀드 가운데 '한국투자이머징마켓자UH(채권)(C-e)(-1.95%)'를 제외한 32개의 펀드가 연초 후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전체 33개 펀드 중 27개 펀드가 설정 후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어 신흥국 채권의 변동성이 크고 채권형펀드가 장기 상품임을 감안하더라도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기적으로 지급 받는 신흥국 채권 이자 수익(쿠폰 수익)이 높은데다 최근 가격 메리트까지 부각돼 수익성이 회복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초 테이퍼링 이슈로 신흥국 채권 가격이 급락했는데 최근 이머징 시장의 경기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면서 채권 가격도 반등해 자본차익을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스티브 엘리스 피델리티자산운용 이머징마켓채권펀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머징마켓 채권이 올해 누적 기준으로 채권자산군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며 "금리 인상 시기가 늦춰지고 유럽에서는 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머징채권의 이자수익이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엘리스 매니저는 이어 "올해 타격을 입었던 이머징 국가들의 경기가 회복되고 이머징 채권의 밸류에이션도 매력적이어서 투자 기대감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신흥국 채권은 변동성이 높아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만큼 펀드 선정시 능동적인 운용전략을 취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엘리스 매니저는 "투자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시장이 베네수엘라·아르헨티나·우크라이나·러시아"라며 "이들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전한 만큼 해당국 채권의 능동적인 비중 조정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환율 동향도 유심히 봐야 한다. 신흥국 채권의 쿠폰 금리가 높은 편이지만 통화 가치가 떨어질 경우 환차손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2~3년간 브라질 헤알화 통화가 급락하면서 브라질 국채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환차손을 입은 사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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