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위기 이후 주도주를 내던졌던 국내 주요 투자자문사와 운용사들이 최근 들어 다시 차ㆍ화ㆍ정과 정보기술(IT)주를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투자자문사인 브레인투자자문은 지난달 22일부터 26일 코스피지수가 10% 이상 하락할 때 오히려 자동차와 화학, 정유, IT주를 추가로 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추가매수한 종목은 LG화학, SK이노베이션, S-Oil 등 정유ㆍ화학주와 LG디스플레이 등 IT주였고 자동차주 중에는 기아차의 비중을 1% 가까이 늘렸다. 이로써 지난달 주식 비중을 76%까지 낮췄던 브레인자문은 29일 현재 87%로 과거 평균 수준을 회복했다. 이들 기존 주도업종을 편식한 것은 한국투신운용의 자문형랩도 마찬가지였다. 지난달 21일 포트폴리오와 29일 현재 투자종목을 비교한 결과 한국운용은 이 기간 기아차, 현대모비스, 한국타이어 등 자동차주 비중을 늘렸고 6만원선 아래로 급락했던 LG전자를 신규 편입해 투자비중을 3% 이상 끌어올렸다. IT 수요 악화로 삼성전자를 포트폴리오에서 제거했던 한국창의투자자문 역시 패닉 장세를 활용해 삼성전자의 비중을 4% 가까이까지 올렸다. 김영익 한국창의투자자문 대표는 "삼성전자의 경우 IT업종 가운데서도 가장 좋은 종목인데 과도한 실적 우려로 급락해 저평가 매력이 높아졌다"며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 기업을 고르자는 투자철학으로 재편입했다"고 설명했다. 창의자문은 삼성전자 외에도 SK C&C 등 일부 IT기업의 비중을 늘렸고 자동차주 가운데선 현대차 비중을 1% 이상 높였다. 이밖에 HR투자자문이 LG화학 등 화학주와 유비벨록스, 넥센타이어 등 자동차 관련주를 새롭게 편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중을 줄이거나 포트폴리오에서 아예 제거된 종목도 있었다. 한국투신운용은 투자비중이 3~5%에 달했던 OCI와 CJ E&M을 아예 포트폴리오에서 지워버렸다. 또 브레인투자자문과 오크우드투자자문도 그 동안 증시하락에 대비해 헤지수단으로 투자했던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를 전량 매도했다. 이와 관련 한 대형 증권사 랩어카운트 운용 담당자는 "최근의 가파른 환율 상승으로 IT와 차ㆍ화ㆍ정 등 국내 대표 수출주들이 다시 부각된데다 시장 반등시 기존 주도주의 주가 회복률이 높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린 것"이라며 "급격하게 자문형랩 수익률이 악화된 자문사들이 기존 주도주를 재매입하는 방식으로 단기 성과 관리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6개월간 수익률에선 주요 자문사들의 성과 부진이 두드러졌다. 한 대형 증권사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브레인투자자문(-19.0%), 한국창의투자자문(-17.6%), 코스모투자자문(-22.0%) 주요 회사의 자문형랩이 20% 안팎으로 하락한 반면 이 기간 세이에셋자산운용은 4.6%의 플러스 성과를 냈고 한국투신운용의 자문형랩은 4% 하락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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