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핀의 아이패드용 앱북(Appbook)인 '효녀심청'을 실행하자 화려한 그림과 함께 배경음악이 흘러나온다. 중요한 장면에선 동영상으로 이야기를 볼 수도 있다. 색칠하기, 스탬프 붙이기, 숨은 그림 찾기 등의 미니게임도 즐길 수도 있다. 이처럼 전자책보다 다양한 기능을 갖춘 앱북이 콘텐츠 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앱북은 기존의 전자책에 멀티미디어를 더해 만든 애플리케이션을 뜻한다. 전자책처럼 전용 기기나 뷰어를 따로 필요하지도 않다. 갖고 있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 내려받기만 하면 된다. 앱북은 특히 교육 콘텐츠 시장에서 강세다. 기존의 전자책을 뛰어넘는 멀티미디어 기능이 가장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인문ㆍ사회ㆍ경제 등 일반 도서의 경우 별도로 앱북용 콘텐츠를 만들어 넣기는 어렵지만, 어학이나 아동용 도서의 경우 CD나 MP3 파일 등으로 함께 제공하던 음성, 영상 콘텐츠 등을 앱에 추가하면 된다.
애플 앱스토어의 교육카테고리에서 2,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워터베어소프트의 '리스타트 리얼토킹', '에브리데이 토킹'은 각 에피소드를 동영상으로 제작해 앱북으로 구성했다. '스토리가 있는 영어회화 앱'이라는 특성을 스마트 기기에 맞춰 극대화한 셈이다. 일러스트나 음악ㆍ영상 등의 활용도가 높은 어린이용 동화, 장르소설 등의 앱북 출시도 활발하다.
앱 하나로 다양한 앱북을 이용할 수 있는 사업 모델도 등장했다. 오토잉글리쉬의 '북(Book)802'이나 연세대ㆍ서강대ㆍ부산대 등 33개 대학에 제공되는 'AE앱도서관'이 대표적인 사례다. 북802에서는 원하는 수십 종의 어학 앱북을 이용할 수 있으며, 다양한 종이책처럼 책장을 넘기면서 듣고 싶은 문장을 터치하면 곧바로 음성 파일이 재생된다. '앱도서관' 서비스는 각 도서관 이용자들이 앱도서관에 담긴 토익 앱북, 영어ㆍ중국어ㆍ일어회화 앱북 등을 대출해 볼 수 있게 해 준다.
오정학 오토잉글리쉬 대표는 "앞으로 지자체 도서관 등으로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어학뿐만 아니라 건강ㆍ오락ㆍ음악 등 기업, 동호회에 특화된 콘텐츠도 얹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집' 모델도 인기다. 북잼의 '박완서 소설전집'이나 '열린책들 세계문학' 앱을 내려받으면 앱내 결제를 통해 다양한 소설을 읽을 수 있다. 박완서 소설전집 앱은 출시 3일 만에 앱스토어 도서 카테고리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같은 앱북의 인기는 국내 디지털출판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전자출판협회 등에 따르면 전자책 시장(2012년 3,250억 원)이 전체 출판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1~2%에 불과하다. 북잼의 유찬 기술이사는 "텍스트의 배경, 이미지 활용, 레이아웃 등 기존의 전자책 포맷에서 불편했던 부분이 앱북에서는 좀 더 자유롭다"며 "이후에는 앱북과 전자책이 사실상 합쳐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