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전격적인 세법개정안 수정으로 세부담이 늘어나는 근로자 수는 기존 434만명에서 205만명으로 절반 이상 감소한다. 이는 전체 근로자 1,553만여명의 13%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른바 '중산층 유리지갑 털기'라는 비판을 피해가기 위한 고육책이다.
세부담 증가 기준을 연봉 3,450만원에서 5,500만원으로 상향하면서 이 구간에 속한 근로자들의 세부담은 지난해와 같거나 오히려 감소하게 됐다.
현재 연봉 3,000만~4,000만원 사이 근로자의 평균 근로소득세 부담액은 36만원(이하 2011년 기준)으로 평균 실효세율(총소득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1.0%다. 지난 8일 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은 이 계층의 세부담이 37만원으로 1만원 늘어나도록 짜여졌다. 3,450만원 이하는 세부담이 다소 줄어들고 그 이상은 다소 늘어나도록 세법개정안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세부담 증가기준이 5,500만원으로 상향되면 이 계층의 세부담은 동결되거나 줄어들게 된다. 여기에 연 소득금액 4,000만원 이하에 지급하는 근로장려세제(EITC)와 자녀장려세제(CTC)를 더하면 이들 계층의 혜택은 더 커질 수도 있다. 이번 세법개정안 수정에도 불구하고 EITC와 CTC 지급 규모를 바꾸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다.
세부담이 16만원가량 늘어날 처지였던 연봉 4,000만~5,500만원 사이 근로자는 추가 세부담을 지지 않게 된다. 현재 이 구간 계층의 세액은 83만~172만원(실효세율 1.9~3.1%). 당초 세법개정안은 이들의 세부담을 평균 16만원 늘리도록 설계됐으나 이번 수정안에 따라 세액이 동결되게 됐다. 다만 이 같은 세액 변화는 근로자 평균을 기준으로 산출된 것이기 때문에 부양가족 수나 연금저축 등 세테크 여부에 따라 크게 바뀔 수 있다.
예컨대 배우자 및 자녀 1명과 함께 살고 있는 총급여 4,500만원 근로자가 의료비ㆍ기부금ㆍ보험료에 각 100만원씩, 교육비에 200만원, 연금저축에 200만원을 붓고 있다고 가정하자. 현행 세법 하에서 이 근로자는 약 98만원을 소득세로 납부하지만 기존 세법개정안에서는 세액이 103만원으로 5만원 늘어난다. 그러나 수정안에 따라 이 근로자의 세액은 다시 100만원 이하로 감소할 공산이 크다.
연봉 5,500만~7,000만원 사이 계층도 이번 수정안으로 적지 않은 혜택을 보게 된다. 우선 5,500만~6,000만원은 세부담이 기존 개정안의 연 16만원에서 2만원으로 줄어든다. 세부담이 월 1만원 이상에서 2,000원 이하로 대폭 깎이는 셈이다. 사실상 이들 계층의 현행 평균 세액인 약 170만~180만원대가 사실상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다.
연봉 6,000만~7,000만원 계층의 추가 세부담도 연 16만원에서 3만원으로 감소한다. 이들 계층의 평균 근로소득세액은 285만원인데 기존 개정안은 이를 301만원으로 올렸다가 수정안에서는 288만원으로 줄어든 것이다.
당정은 또 연봉 7,000만원 이상 근로 계층에 대한 추가 세부담은 원안을 유지하기로 했다. 현행 세법개정안은 연봉 7,000만~8,000만원은 33만원, 8,000만~9,000만원은 98만원, 9,000만~1억원은 113만원, 1억~3억원은 120만~340만원, 3억원 초과는 865만원으로 짜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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