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문가들은 내년 우리 경제상황을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로 구조적 장기 침체를 뜻하는 '세큘러 스태그네이션'을 꼽았다. 또 향후 5년간 우리 경제는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서서히 개선되는 'U자' 형태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5일 경제전문가 38명을 대상으로 '저성장 탈피를 위한 중장기 정책과제'를 설문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이 선택한 우리나라의 내년도 경제상황은 단연 구조적 장기 침체였다. 구조적 장기 침체는 경제성장의 주요 요소인 투자가 한계에 달하면서 수요부족과 저성장이 장기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응답자 중 44.7%가 내년도 경제 키워드로 세큘러 스태그네이션을 골랐다.
'뉴 노멀'을 선택한 전문가는 28.9%로 그 다음 순이었다. 뉴 노멀이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과 저금리·저소비가 새로운 기준이 됐다는 얘기다. 저성장과 저물가·엔저가 동시에 발생하는 '신3저'를 꼽은 전문가는 10.5%였다. 디플레이션과 고실업·국가부채가 함께 증가해 일본의 사례를 답습한다는 의미인 '저패니제이션(Japanization)'이라고 응답한 전문가도 7.9%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5년간 우리 경기가 'U자형'의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 10명 중 6명이 U자형 경기개선을 점쳤다. 이는 당분간 현재의 경기침체가 계속될 것이라는 의미다. 나머지 4명은 'L자형'이나 'W자형 더블딥'을 우려했다. 전경련은 이에 대해 'V자형'이나 'J자형'처럼 과거 우리 경제가 위기 직후 보여줬던 탄력적인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저성장을 탈피하기 위한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 과제로는 '제조업에 대한 집중 지원'을 꼽은 전문가가 전체의 28.9%에 달했다. 가계소비 증가를 위한 소득정책 강화가 중요하다는 응답도 23.7%였다.
또 구조개혁 핵심 분야로는 서비스 산업으로의 산업구조 전환(39%)과 법인세 인하(15.8%)가 주요 과제로 꼽혔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가계부채를 해소해야 한다는 응답(36.8%)이 가장 많았다. 디플레이션 탈피 및 수출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원화환율 약세를 유도해야 한다는 답도 34.3%에 달했다.
김용옥 전경련 경제정책팀장은 "경제전문가들이 지속적인 경기침체를 예상하고 있는 만큼 정부는 투자와 소비 활성화를 위한 구조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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