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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세기에 대한 전망

경제학자들은 해가 바뀔 때마다 다음해 경제전망을 해줄 것을 요구받는다. 21세기가 시작되는 올해의 경우 장기전망에 대한 요구가 많다.세계 경제성장률은 지난 98년의 2.2%에서 지난해에는 3%로 높아졌다. 대부분의 기관들은 올해도 경제성장률이 3.5%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미국은 90년대에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유로권의 99년 성장률은 미국의 절반에 불과하다. 최근 유로화가 달러에 약세를 보이는 것을 보면 미국이 당분간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서 2000년대에는 유럽과 북미의 성장속도가 비슷해질 것으로 전망 또는 기원하고 있다. 유럽지역의 성장속도도 국가별로 차이를 보인다. 아일랜드·영국·덴마크·핀란드·네덜란드와 스페인은 빅3인 독일·프랑스·이탈리아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느리기는 하지만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는 일본의 경기회복세는 앞으로 최소한 18개월 정도는 지속되겠지만 유럽이나 미국의 성장률보다는 더딜 전망이다. 다행히 아시아 신흥국들의 경제성장 속도는 일본보다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당국의 공식통계를 믿을 수 있다면 중국도 올해 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열거한 것들은 분명 비관적인 전망이 아니다. 이 예상대로라면 한국이나 아르헨티나·멕시코 등 많은 국가들에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것이다. 수요가 늘면서 이들 국가의 수출산업은 수익을 늘릴 수 있을 것이다. 이같은 전망의 타당성을 논하기 전에 향후 10년간의 국제경제 흐름에 대한 몇 가지 추론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1. 세계 경제성장은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로 이어질 것이나 성장속도는 1950년에서 75년까지의 20세기 최대번영기를 능가하지는 못할 것이다. 과학지식의 발달과 저개발지역으로의 지식확산은 21세기 경제발전의 동력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2. 저개발국의 성장속도도 교육수준과 기술숙련도 제고, 외국기술 도입 등으로 빨라질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다국적기업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다. 자유교역의 확대로 인한 신흥지역의 무역흑자와 선진국 따라잡기는 2차 세계대전 이후와 마찬가지로 21세기 경제사의 주요 특징이 될 것이다. 3. 순수 자유방임 자본주의보다는 혼합경제가 지배적인 경제체제로 자리잡을 것이다. 영리기업이 국내외 경제자원의 분배문제를 대부분 좌우하겠지만 민영화와 탈규제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규제정책이 요구될 것이다. 거시경제의 안정성 확보가 여전히 정부와 중앙은행의 주요기능으로 남겠지만 시장경제에서 파생되는 기회와 소득의 불균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예산정책의 민간이양과 조세정책이 중요해질 것이다. 또 기술발전과 확산이 지속되지 않을 경우 중산층은 자연자원 제한에 따른 소득감소와 임금하락으로 고통받을 것이다. 4. 평균수명은 거의 모든 지역에서 늘어 심지어 빈국들도 의료비용을 재정에서 감당하는 게 불가능해질 것이다. 삶의 질은 단순히 수명을 늘리는 수준을 넘어 향상될 것이다. 5. 지금까지 「혁명적 기술혁신」이란 말은 그야말로 말뿐이었다. 뉴튼 이래 과학의 발달은 꾸준한 속도로 빨라졌다. 컴퓨터 시대에도 마찬가지일 뿐 종전과 다른 새로운 질적인 패러다임의 변화가 요구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최근 생산성 증가가 높은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역대 최고수준이었던 지난 1950~70년대의 그것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앞에서 언급한 장·단기 시나리오가 실현되지 않을 수도 있는 가능성을 생각해보자. 세계경제의 번영과 성장은 상당 부분 미국경제가 호황을 지속하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저실업·저물가 속에 높은 경제성장과 주가 상승, 중상층의 소득 및 연금기금 확대 등이 계속돼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의 수입(輸入)이 크게 줄면서 세계경제가 고통받게 된다.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낮은 실업률이 임금과 물가를 끌어올리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전후 미국경제의 침체는 대부분 FRB의 긴축에서 시작됐다. 인플레를 억제하기 위한 통화긴축이 기업의 정리해고, 소비 및 투자 감소, 재고과잉 등으로 이어지면서 비관론이 팽배하는 식이었다. 올해 초나 말에 이런 악순환이 발생할 수도 있다. 더욱 걱정되는 일은 현재 상황이 혹시 1980년대 말의 일본이나 1920년대 말처럼 투기적 거품이 꺼지기 직전이 아니냐는 것이다. 최근 3년 이상 미국민은 연 20~30%의 자본이득을 얻었다. 게다가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미국인들은 2003년까지도 이런 상황이 지속되리라 믿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과거의 거품에 대해서는 알지만 아직도 거품이 언제 꺼지는가에 대해서는 이론적으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주식시장과 부동산가격이 오랜 기간 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하다 90년대들어 붕괴된 원인과 미국의 호황이 예상을 넘어 오랜 기간 지속되는 이유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 현재 40% 정도 고평가된 주가가 조정국면에 들어가면 1929~1933년의 대공황 때처럼 심각한 불황이 일어날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는게 내 생각이지만 경제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금세기 초반은 잿빛으로 채워질 것이다. 주가붕괴와 함께 달러까지 곤두박질치면 FRB도 필요한 조치를 적시에 마련할 수 없게 될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 추론되는 「낙관적인 주의(注意)」가 올해 잊어서는 안될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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