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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서해교전과 햇볕정책
입력2002-07-08 00:00:00
수정
2002.07.08 00:00:00
최근 남북한 사이에서 21분간 벌어졌던 서해교전 사태는 양측이 인명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 외에도 몇 가지 이유로 인해 매우 불행하고 비극적인 일이었다고 할 수 있다.이 치열한 전투는 뜻밖의 호재를 누리던 한국에 찬 물을 끼얹었다. 남한은 성공적으로 치러낸 2002 월드컵대회를 막 마무리하고, 공동 개최국인 일본과의 사이에 감정 대립이 있을 것이라던 불길한 예측을 잠재우면서 이번 대회를 모범적인 개최 사례로 부각시키고 있었다.
이번 교전 사태가 기아에 허덕이는 북한이 어획구역을 넓히려는 절박한 필요성에 의해 일으킨 일인지, 한국의 월드컵 성공을 시기해서 저지른 일인지, 아니면 북한 지도층을 한 방 먹이려 한 남한 군부측 요인에 의해 일어난 일인지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월드컵 여흥을 망치기를 바라는 것은 평양처럼 낙오된 스탈린주의를 고집하는 체제 뿐일 것이다.
더욱이 안타까운 것은 이번 사태가 그동안 김대중 대통령이 북한과 적극적으로 외교 관계를 맺기 위해 추진해 온 '햇볕 정책'을 깎아 내리는데 이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김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세상 모르고 공산주의에 대해 유화책을 씀으로써 헛수고만 하고 있다는 논란을 일으켜 왔다.
이번 교전은 오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위기에 몰린 김 대통령의 새천년 민주당에 반대하는 정치 세력, 또 그동안 그의 정책에 깊은 불신감을 품어 온 워싱턴과 서울의 비평가들에게 천금 같은 기회를 안겨준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펼치는 논리다. 서해교전은 햇볕을 바다 속으로 가라앉히기 위한 논거가 아니다. 오히려 이번 사태는 미래의 한국 정부가 햇볕 궤도에 머무는 동시에 외교적인 군사력을 유지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기 위한 논거가 되는 것이다.
김 대통령에게 잘못이 있다면 북한 체제의 잔혹한 속성에 순진하게 속아 넘어갔다는 것이 아니라, 평양에 관해 오산(誤算)을 했다는 점일 것이다.
올해 77세인 김 대통령은 누구 못지않게 북한 주민들의 참혹한 현실에 가슴아파하고, 비겁하고 무능력한 평양에 대해 분개하고 있다.
게다가 그는 반전(反戰)주의자가 아니다. 한국군은 일반적인 수준보다 훨씬 뛰어난 자질을 갖추고 있으며 이들과 함께 남침을 막기 위해 남한에 주둔하고 있는 3만7,000명 미군에 대해서도 김 대통령은 전면적 지지를 하고 있다.
확실히 김 대통령은 북한이 공산주의보다는 한국으로서의 문화적 성격이 훨씬 짙다는인식을 너무 강하게 하고 있는 감이 없지 않다.
한국은 어찌 됐든 4,000년 이상 지속돼 온 나라인 반면 공산주의자들이 발을 디딘 것은 적어도 이보다는 훨씬 짧은 기간에 불과하다.
2년 전의 역사적인 방북은, 제아무리 완고한 공산주의 지도자들도 실패한 공산주의에 매달리기보다는 서로의 '한국성'에 미래를 걸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는 도박에 근거했던 셈이다.
한편 북한의 도발로 여겨지는 이번 사태에 대해 조지 부시 행정부는 "그러게 뭐랬느냐"는 식의 의기양양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는 않지만, 이번 일로 인해 북한측에 대한 그 동안의 협상 제의를 거두겠다고 발표했다. 부시 행정부의 고위 외교 당국은 김 대통령에 대해 공공연한 비평을 삼가는 보다 중립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무력충돌 발생 직후 김 대통령은 도쿄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와 회동했다.
자민당인 고이즈미 총리는 방위ㆍ군사 문제에 있어서는 두드러지게 우익 성향을 보인다.
하지만 그는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김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지지하고 월드컵 공동개최국으로서 두 나라가 대회 성공의 여운을 양국간 관계 강화로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을 표명했다.
김 대통령은 고이즈미 총리가 '냉정하게' 햇볕정책을 지지하는데 대해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일본과 남한이 힘을 모으고 북한이라는 난제를 해결해 낸다면 고이즈미 총리는 차기 노벨평화상 수상자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한국인들, 특히 김 대통령은 아낌없는 갈채를 보낼 것이다.
/톰 플레이트(UCLA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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