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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戰과 국내경제

지난해 초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연두교서에서 이라크를 `악의 축`으로 지목하면서 세계경제 전반에 전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고조됐다. 국제유가는 지난해 초에 비해 50% 이상 상승했고 소비와 투자심리도 위축돼 세계경기의 회복은 더욱 지연됐다. 우리의 경우 북핵 문제의 발생으로 경제의 가장 큰 적이라고 할 수 있는 불확실성이 한층 더 고조된 상태다. 이라크전쟁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크게 두가지라고 할 수 있다. 하나는 전쟁발발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고 다른 하나는 전쟁양상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어제 미국의 이라크공격이 시작됨으로써 앞의 불확실성은 이제 사라졌다. 남은 것은 전쟁양상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전쟁이 단기에 끝난다면 우리 경제에는 분명 호재로 작용할 것이다. 전쟁의 불확실성 요인이 제거되면서 세계경제는 큰 폭은 아니더라도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며 계절적 요인으로 인한 석유수요의 둔화와 공급증가로 국제유가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물론 전쟁 후에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한반도의 위험이 국제사회에서 더 크게 주목받을 가능성도 있지만 극적인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다. 현재 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예상되지만 쉽게 낙관할 수만은 없으며 전쟁과 동시에 미국 등에서 테러가 발생해 새로운 불확실 요인으로 등장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국제유가는 곧바로 40달러 이상으로 급등할 가능성이 크며 국제 금융시장도 요동칠 것이다. 세계경제의 침체가 계속되고 그에 따라 우리 수출도 큰 타격을 받고 경상수지는 악화될 것이다. 장기전인 경우 가장 큰 충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은 미국이 아니라 수출 의존도와 석유수입 의존도가 높은 동남아경제다. 이럴 경우 동남아경제에 대한 국제시장의 불안감이 우리 경제로 전염되면 외국자본이 우리 금융시장에서 떠날 가능성이 높다. 즉 물가상승과 실물경기의 침체, 금융시장의 동요라는 세가지 부작용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사실 우리와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체제에서 외적인 충격에 대비해 취할 수 있는 대책은 많지 않다. 전쟁과 같은 경제 외적인 충격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가용할 수 있는 정책수단을 모두 점검해 긍정적 효과를 최대화하고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은 불가피하다. 전쟁이 단기에 종료되는 경우 북핵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집중함과 동시에 국내외 투자가들이 한반도의 위기감을 과장되게 인식하지 않도록 홍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리고 전쟁 후 예상되는 이라크의 전후 복구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방안을 정부 차원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지난 3년간의 고유가로 중동 각국 정부는 현재 많은 투자여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이 지역의 경기활성화 효과를 최대한 누릴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할 것이다. 전쟁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것인가는 지상군 투입 후 며칠 안에 판가름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를 대비해 철저히 준비하는 것이다. 유가급등에 따른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대책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리고 역외시장을 중심으로 외환시장의 동향을 면밀히 파악, 환율시장의 안정을 유지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리고 급격한 경기위축을 피해야 하는데 금리인하보다는 재정지출의 확대가 정책효과의 신속성이나 물가안정 측면에서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끝으로 이번 이라크사태가 우리 경제의 장기적 발전 방향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경제가 점점 세계화되고 개방화됨에 따라 우리 경제가 외부 충격에 더 잘 견딜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가 대내적으로 경제개혁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도 거기서 찾을 수 있다. 에너지 자원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장기적 방안 마련도 충격의 최소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데 그런 측면에서 대규모 원유생산지로 새로 부각된 카스피해 주변의 원유와 시베리아 천연가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심층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박복영(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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