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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 첫날부터 혼란
입력2000-08-01 00:00:00
수정
2000.08.01 00:00:00
한영일 기자
갈등·준비소홀..예견된 혼란동네의원 원외처방전 제대로 발급안해...
의약분업이 지난 한달 동안의 계도기간을 거쳐 1일 전면 실시됐으나 준비부족에 전공의들의 파업까지 겹쳐 시행 첫날부터 혼란과 파행을 면하지 못했다.
약국에는 여전히 약이 부족했으며 일부 동네의원에서는 원외처방전 발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서울대병원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종합병원 전공의들이 파업에 돌입, 수술이 연기되거나 외래진료에 차질을 빚으면서 환자들이 큰 불편을 겪기도 했다.
◇대학 및 종합병원=연세대 부속 신촌 세브란스 병원의 경우 전공의들이 응급실·분만실·중환자실을 제외하고는 회진 및 외래진료를 거부하고 있다.
때문에 일반진료는 정형외과의 경우 기존 예약이 모두 취소되거나 특진으로 변경됐으며 내과도 일반환자 20명 가운데 15명은 특진으로 돌리고 5명은 되돌려 보냈다.
상계 백병원도 전공의 192명 가운데 90명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파업에 돌입, 평소 전공의 8명이 담당하던 응급실의 경우 5명이 진료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22일부터 원외처방전을 발행해온 서울대병원은 아직까지 의약분업에 따른 혼란이 빚어지지 않고 있지만 전공의들이 2일부터 파업에 돌입하기로 해 진료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양대병원은 병원 곳곳에서 병원장 명의의 「전공의들의 심정은 이해하나 어려운 병원현실을 감안해 진료에 복귀하라」는 호소문이 붙어있었으나 이 병원 전공의 309명은 수술실과 응급실·중환자실을 제외하고는 파업에 돌입했다.
◇동네의원=서울시 의사회에서 병원 재폐업을 결의했지만 실제 폐업 여부는 개원의의 자유의사에 맡김에 따라 시내 대다수 동네의원들은 문을 열고 진료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의원에서는 의약분업 지침에 따른 원외처방전 발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 중구 남대문로 S이비인후과 백모(70) 원장은 『의약분업에 반대하기 때문에 원외처방전을 발급하지 않고 있다』면서 『원외처방전을 발급해도 이비인후과 약은 특수해 동네약국에서는 구할 수가 없어 오히려 환자들의 불편이 더 크다』고 말했다.
또 인근 S피부비뇨기과의 한 의사도 『우리처럼 조그만 병원에서 무슨 원외처방이냐』고 반문하며 『원외처방전 용지도 없고 보건복지부로부터 발급지침은 내려왔지만 어떤 용지에 어떻게 쓰는지 구체적인 얘기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약국표정=서울 종로구 종로5가 「약국거리」에 있는 대형약국들은 계도기간 중 필수 의약품들은 대체로 준비를 해놓았으나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특히 동네 약국들은 의약분업에 따른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아 처방전을 받은 환자들이 약이 없어 발길을 되돌렸으며 처방전 없이 찾아오는 환자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보령약국측은 『원래 갖춰야 하는 전체품목은 2만여개인데 이 가운데 3,000여종만 갖춰놓았을 뿐』이라며 『병원 처방전 없이 약을 조제해 달라고 오는 손님들이 있어 설득해 돌려보내는데 진땀을 빼기도 했다』고 말했다.
◇환자들 불평=원외처방전을 들고 약국을 찾은 환자들은 원외처방전 발급에 따른 번거로움에 불평을 터뜨렸다.
위장병으로 고대 안암병원을 찾은 고정윤(25·여·서울 성북구 정릉동)씨는 『오늘 처음 원외처방전을 발급받았는데 약국에서 약을 타는 것이 너무 번거롭다』면서 『도대체 누구를 위한 의약분업인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당뇨병을 앓고 있는 이언기(75·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씨도 『나처럼 나이가 많은 사람들에게는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다시 약국에 가서 약을 타는 것이 큰 부담이다』고 말했다.
한영일기자HANUL@SED.CO.KR
입력시간 2000/08/01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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