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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투자 소비자 이득
입력2003-08-05 00:00:00
수정
2003.08.05 00:00:00
이런 저런 자리에서 농업 이야기기가 나오면 종종 “농업에 40조원인가 50조원인가 굉장히 많은 돈을 투자한 것으로 아는데 도대체 무슨 효과가 있었지? 농업문제는 늘 그 모양이고” 한걸음 더 나가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지 뭐” 하는 이야기를 듣는다. 정부 내에서 농정을 논의할 때도 농업투자 낭비론이 항상 큰 걸림돌이 되곤 한다. 정말 그동안의 농업투자는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었을까? 지난 10여년 이상 동안 이루어진 농업투자가 정말 낭비된 것일까?
그 동안 농업투융자가 늘어나 90년대 고정자본의 증가 속도는 연평균 9%를 상회했다. 거의 모든 논이 가뭄을 모르게 됐고 가는 곳마다 과수원이 늘어섰다. 10년 전에 비해 농산물 생산과 유통과정은 몰라보게 기계화되고 시설화 됐다. 이런 자본형성 덕분에 농업발전의 잠재력이 훌쩍 커졌을 뿐만 아니라 이미 농업부문 성장률이 놀랄 만큼 높아졌다. 80년대 후반에는 농업부문 성장률이 연평균 마이너스 0.9%를 나타냈으나 90년대 후반에는 연평균 3.6%로 높아지지 않았는가.
이와 같은 농업성장에 힘입어 농산물 공급은 늘어나고 다양하고 풍부해졌으며 산업화가 시작된 이래 줄곧 상승하기만 했던 농산물가격이 90년대 중반부터 처음으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채소가격은 16%나 하락했고 과일가격은 무려 51%나 하락해 전체농산물 가격은 8% 하락했다. 이 같은 가격하락으로 늘어나기만 하던 농산물의 국내외 가격차가 축소되는 계기가 마련되고 농산물 공급이 싸고 풍부해진 만큼 소비자는 좋아졌다. 그런데 농가 호당 농업소득은 16%나 감소하고 부채상환이 어려운 농가 속출하는 `뜻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이것은 뜻하지 않은 결과가 아니다. 경쟁력 향상이란 국내가격의 하락을 통해서 실현되는 것이고 그 결과 농가의 생산규모가 늘어나지 않는 한 소득이 줄어든다는 것은 이미 `예정된 결과` 임을 대부분 잊고 있었을 뿐이다.
아무튼 농업은 성장하는 가운데 농업소득은 하락하는 `성장과 소득의 괴리` 현상이 나타났고 농업투자의 이득이 대부분 소비자 이득으로 귀속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물론 농산물 수입이 증가한 것도 가격 하락의 중요한 요인이지만 국내 농산물 공급 증가가 큰 요인이었음은 틀림없다.
선진국들도 농업투자가 이루어지고 그 결과 농산물 가격이 하락해 국내외 가격 차이는 축소되지만 농가소득이 줄어드는 아픈 과정을 거쳐 경쟁력이 향상됐다. 좀 더 인내심을 가지고 농업을 찬찬히 들여다보아야 이 아픔이 보이고 진실이 보인다.
<이정환(농촌경제연구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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