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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인식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관련 기술이 정보기술(IT) 기기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핵심 서비스로 부상하고 있다. 음성인식은 최근 스마트폰·TV·게임·자동차 등 다양한 제품으로 확대 적용되고 있다. 음성인식이 일상에서 주로 사용하는 제품의 복잡한 기능을 직관적인 음성 명령만으로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음성인식 기술이 향후 스마트TV 시장에서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입을 모은다. 리모컨이라는 전통적인 입력도구가 사라지고 사람의 목소리로 채널을 돌리고 인터넷을 검색하는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매달렸던 분야도 TV에서 리모컨을 없애는 것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6월 콘솔 게임기인 '엑스박스(Xbox) 360'에 TV 프로그램을 음성으로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했다. 이 기능은 TV 시청자가 "디스커버리"라고 말하면 화면을 해당 채널로 전환한다. 자동차도 운전자의 음성으로 제어가 가능하다. 기아자동차의 'UVO(Your Voice) 시스템'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음성인식 기술을 적용해 운전자의 음성만으로 오디오 등의 기기를 제어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이 시스템은 운전 중 음악을 듣고 싶을 때 말로 명령을 내릴 수 있어 안전 운전을 돕는다. 특히 음성인식 기능은 IT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유아나 노인들을 위한 제품 시장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미쓰비시전기의 '터치리스 콜' 솔루션은 이용자가 엘리베이터를 탈 때 버튼을 누르는 대신 음성으로 엘리베이터를 호출하고 원하는 층을 지정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기능은 특히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노인에게도 유용하다. 단순한 음성명령 용도 외에 금융 분야에서 보안 기능을 제공하기도 한다. 음성인식은 보안 및 금융 분야에서 이용자의 음성을 파악해 '본인 인증' 과정에 활용될 수 있다. 러시아의 국영 은행 스베르뱅크는 이용자가 은행 업무 자동화기기(ATM)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해야만 거래를 할 수 있는 금융 서비스를 시험 도입했다. 이는 비밀번호보다 정확하게 본인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향후에는 ATM에서 신용카드 발급 등 모든 신용거래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밖에 의료·헬스케어·콜센터·동시통역·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음성인식 기술이 접목돼 관련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 업체인 BCC리서치는 지난해 384억 달러였던 글로벌 음성인식 시장이 오는 2015년에는 585억달러로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처럼 음성인식이 각광 받기 시작한 것은 스마트폰 보급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스마트폰 자판 입력 방식이 불편하다는 이유 때문에 음성인식에 대한 연구와 사용이 활기를 띠기 시작한 것.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구글·다음·NHN이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제공되는 한국어 음성 검색 서비스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한창이다. 김재범 다음 멀티미디어 기술팀장은 "음성 검색은 현재 인식률이 90%를 웃돌고 있을 정도로 정교해지고 있기 때문에 사용자와의 접점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음성인식 기술이 IT 제품 이미지를 상승시키는 데도 효과적인 작용을 하는 만큼 정부와 기업이 기술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애플의 아이폰4S는 음성인식 기능인 '시리(Siri)'를 내세워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이상호 NHN 기술연구팀 박사는 "음성인식을 타 서비스로 연계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 및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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