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가계부채의 질이 나빠지고 있고 대출을 유도하는 정부 정책의 폐해가 원인이라는 점은 당국도 고심하는 부분이다. 특히 부동산 거래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 실물이 좋아지지 않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은 금융당국을 허탈하게 하고 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22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여신금융사 대표이사 조찬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급격한 전월세대출 확대에 대한 부작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고액전세에 대한 공공기관의 보증을 규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은행의 전세대출 자체를 당국이 막을 수는 없다"면서도 "주택금융공사 등 공공성격을 지닌 보증기관에서 고액전세에 대한 보증까지 해줄 필요는 없다"며 규제 가능성을 나타냈다.
금융당국은 최근 가계부채 증가가 주로 주택담보대출이고 이는 4ㆍ1부동산종합대책의 여파라고 분석하고 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2ㆍ4분기 가계대출이 많이 증가했는데 주로 은행을 중심으로 한 주택담보대출"이라면서 "주택매매를 활성화하기 위해 4ㆍ1부동산대책과 취득세 면제 효과가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당국은 최근의 가계부채 상황이 과거에 비해 크게 악화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당국 관계자는 "4~6월 가계부채가 늘었지만 7월부터는 다시 안정되고 있다"면서 "가계대출자의 70%는 상환능력이 양호한 고소득자여서 주택가격이 급격히 하락하지 않는 한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카드대출 연체가 늘어난 데 대해 당국 관계자는 "연체액수가 1조5,000억원 수준이지만 이에 대비한 대손충당금을 5조원가량 쌓았다"면서 "연체가 오르고 있지만 아직은 대처할 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가계부채의 절대량이나 증가속도가 안정적이라고 해도 속은 곪아가고 있다는 점은 당국도 우려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비교적 저금리인 은행의 가계부채 증가세는 2006년 이후 줄었지만 대신 2007년부터 고금리인 비은행권의 증가가 급격하게 늘어났다"면서 "대출자의 신용도를 보지 않고 대출하는 과잉대출을 엄격히 규제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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