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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매수 나설때 아니다” 당분간 관망자세 유지를
입력2003-03-10 00:00:00
수정
2003.03.10 00:00:00
이재용 기자
`가격과 시간과의 지루한 싸움`
최근 주식시장 투자자들의 고민을 한 마디로 요약한 말이다. 지수가 연일 하락하며 540선 대까지 밀리자 낙폭과대에 따른 기술적 반등이 기대되기는 하지만 선뜻 매수에 나서기가 부담스러운 장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당장 오는 13일 트리플위칭데이(선물ㆍ옵션ㆍ개별주식옵션 동시만기일)가 기다리고 있어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여기에 이번 주말께 이라크 전쟁과 관련된 위기감이 최고조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는 분위기를 확산시키고 있다.
10일 주식시장은 이런 모습의 전형을 보여줬다. 이날 재정경제부가 증시 수요기반 확충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증시안정대책을 발표했지만 투자자들의 관망세를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또 오후 들어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소식이 알려져 한 때 종합주가지수가 일시에 4포인트 가량 밀리기도 했지만 곧 낙폭을 줄이며 전 주말보다 1.78포인트 떨어진 544.24포인트로 마감했다.
거래량도 줄어들었다. 이날 거래량은 5억9,800여만주로 지난 주말보다 더 감소했다.이전 같았으면 증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재료들이 관망심리에 눌려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한 셈이다. 다행히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소각에 대한 기대감으로 오름세를 보이며 지수의 낙폭을 줄였다.
◇불확실성 앞에 힘 잃은 가격논리=종합주가지수가 500선대 중반까지 밀리면서 이 지수 대에서 과감하게 주식을 매수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수가 550선을 밑돈 경우 1년 후 크게 오른 사례가 많다는 게 그 근거다.
신영증권은 지난 90년 이후 종합주가지수가 550선을 밑돈 경우는 이번을 제외하고 모두 27번에 달했는데 550선이 무너진 날로부터 1년 후 지수수익률은 평균 26.5%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또 550선을 밑돈 27번 가운데 1년 뒤 상승한 횟수는 23번(85.2%)에 달했고 떨어진 경우는 단 4번 뿐으로 이 중 3번은 IMF 기간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550선이 무너진 현 장세는 1년 이상의 장기 투자자에겐 상당한 확률을 가진 매수시점이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국내 증시가 외국인 투자자에게 개방되고 해외 증시에 대한 동조화가 심화되면서 단순히 과거의 경험에 따른 가격논리의 적용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와 같이 지정학적 리스크가 큰 상황에서는 독자적인 가격논리가 힘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변화된 한국 증시의 내적구조를 고려할 때 과거의 경험만을 근거로 500선대에서 적극적인 시장개입에 나서야 한다는 시각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다”=당분간 지수가 관망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 같은 관망세가 오래 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특히 이번 주에 향후 지수의 방향성을 결정할 수 있는 주요 변수들이 몰려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선 11일부터 시작되는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이 삼성전자 주가 및 종합주가지수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가 관건이다. 또 오는 13일 선물ㆍ옵션 동시 만기를 맞아 2만계약이 넘는 누적 순매도 포지션을 들고 있는 외국인들과 2만8,000계약 정도의 순매수 포지션을 들고 있는 기관이 어느 방향으로 포지션을 정리하느냐도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여기에 미국이 정한 이라크 무장해제 시한인 17일이 성큼 다가오면서 점차 주식시장의 주도권은 가격에서 시간으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강현철 LG투자증권 연구원은 “종합주가지수가 520~530선으로 밀릴 경우 과매도 신호가 나타나며 2주 이상의 기술적 반등 장세가 올 수도 있다”며 “특히 이번 주가 지수 방향성과 관련된 주요한 변곡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당분간은 현금비중 늘리며 관망세 유지해야=낙폭과대에 따른 가격논리와 지정학적 리스크 해결을 기다리는 시간과의 대립 구도 속에서 투자자들은 일단 현금비중을 늘리며 관망세를 이어가는 전략이 바람직해 보인다.
전상필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수가 540선대로 밀렸지만 주식을 사겠다는 세력이 없다는 것은 가격보다는 시간과의 싸움이 시작됐다는 증거”라며 “때를 기다리는 장세에서는 관망자세가 최고의 투자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주식을 들고 있는 투자자는 단기 반등을 이용해 현금비중을 늘리고 현금을 보유한 투자자는 불확실성 해소시점까지 좀더 기다리는 여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재용기자 jy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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