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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發 위기잠복…불씨는 아직도

현대發 위기잠복…불씨는 아직도자금시장 일단 큰고비 넘겼다 살얼음판을 걷던 금융시장이 큰 고비를 넘긴 듯싶다. 현대건설이 우려했던 지난 주말의 유동성 위기를 넘긴데다 미뤄져온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CBO)이 8월 초 발행돼 중견기업의 자금난도 어느 정도 가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그렇다고 장밋빛 전망만을 내놓기는 힘들다는 해석도 잔존한다. 계열분리 등 현대의 자구노력이 조기에 현실화되지 않으면 이를 둘러싸고 정부와 채권단과의 힘겨루기가 지속될 것이고 그럴 경우 현대발 시장위기는 언제든지 점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전반적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여전히 강한 이유다. 특히 시장위기의 잠재요인인 부실기업 처리를 미적거리면 불안은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현대건설 자금위기, 수면 아래로 내려앉았지만…=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지난 29일을 고비로 현대건설의 유동성 문제는 큰 고비를 넘겼다』고 말했다. 현대는 29일 하청업체 자재대금 1,485억원을 자체 결제하는 「깜짝쇼」를 펼쳤다. 28일 밤까지도 최소 농협의 지원(550억원)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주장을 스스로 뒤엎은 것. 31일 500억원의 기업어음(CP·한빛은행 100억원, 현대상선 400억원)과 외환은행 당좌대출 500억원의 만기가 돌아오지만 전액 연장이 확정됐다. 8월부터는 자금상황이 다소 나아질 전망. 7월 중 5,700억원에 달했던 만기차입금 규모가 8월에는 3,000억원으로 줄어든다. 연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CP 3,900억원 중 투신권 여신 비중도 670억원(17%)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는 표면상 자금상황에 불과할 수 있다. 29일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던 농협의 신규지원이 지원조건에 대한 이견으로 31일로 미뤄진 데서 볼 수 있듯 현대건설에 대한 금융권의 분위기는 싸늘하다. 계열사간 분쟁을 둘러싼 감독당국의 조사와 이로부터 파생될 지배구조 개편, 특히 가신그룹의 거취문제도 위기 재연의 변수로 남아 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계열분리 등 현대의 자구노력을 이끌기 위해 신규지원을 미루도록 금융권에 간접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음모론」마저 내놓는 상황. 외환은행 관계자는 『변수는 현대측의 계열분리 등 자구노력과 해외 금융기관들』이라며 『조기 자구실천이 없으면 위기는 재연될 수 있으며 은행권 만기연장도 효력을 상실한다』고 경고했다. ◇금융시장 안정대책 약발먹나=인수기관 확보에 실패, 한달 가까이 납입이 연기됐던 LG증권의 프라이머리 CBO가 2일 납입완료된다. 비과세 신탁발매와 함께 자금·증권시장의 안정요인이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셈. 증권업계는 총 4조3,000억원 이상의 프라이머리 CBO 발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프라이머리 CBO 발행은 투기등급 기업들의 자금난을 완화시킬 단초를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안정대책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만만찮다. 자금난이 심각,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떨어진 일부 회사를 제외하고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대다수 중견기업들은 CBO채권을 발행할 경우 시장에 부정적인 인식(자금난)을 심어줄 것이라는 우려때문에 발행을 기피하고 있다. 이에 따라 CBO채권 부실화를 우려한 은행들도 채권펀드 조성에 소극적인 자세다. 결국 첫 판매자인 LG증권의 CBO 성패가 10조원 펀드 전체의 약발을 가늠할 잣대가 될 전망이다. ◇기업·금융구조조정간 마찰=정부의 2단계 기업구조조정 발표로 개혁작업이 급류를 탈 전망. 당장 이번주 초 30대 기업집단의 결합재무제표상 부채비율 결과가 발표된다. 정부 관계자는 『부채비율이 단순합산 재무제표에 비해 50% 안팎으로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밝혀 상승폭은 예상보다 낮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또 60대 기업에 대한 신용위험 특별검사 결과를 토대로 기업 하드웨어 개혁에 박차를 가할 계획. 주말께 워크아웃 특검 결과가 발표돼 부실기업주 단죄가 이뤄지면 워크아웃으로 파생돼온 불안요인도 가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융·기업구조조정간의 마찰적 현상, 즉 금융개혁이 한창인 상황에서 기업에 대한 금융권 자금지원을 쉽사리 기대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자칫 기업구조조정의 가속화가 시장불안으로 역작용하는 상황도 그릴 수 있다. 금융시장의 단기 불안요인 제거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부실기업을 조기 처리하는 작업. 시장의 투명성을 회복, 선순환에 이르게 하는 척도라고 자금시장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계기업이 연명하는 한 금융시장은 금세 싸늘해질 수 있다』며 『8월 말까지는 부실기업 처리를 잠정적으로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기기자YGKIM@SED.CO.KR 입력시간 2000/07/30 18:08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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