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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현장을 가다] 원자재난 '허덕' 공장 절반 '스톱'

(1)고사위기에 빠진 석유화학 가공업체<br>자고나면 기름값 오르는데 제품값은 제자리 일회용품·비닐등 환경규제따른 수요 격감

유가가 사상 처음 50달러선을 넘어선 뒤 파죽지세로 상승하고 있다. 철강ㆍ비금속 등 원자재 가격도 급등세를 보이며 2차 원자재 대란의 위기로까지 치닫고 있다. 내수가 주력인 업체에는 원자재 가격 급등이 내수침체에 따른 충격을 배가시키며 불황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이에 고사위기에 몰린 업체들을 찾아가 현황을 살펴보고 이들 업종의 문제점을 진단, 현장에서 느끼는 불황의 심각성과 돌파구를 찾는 기획시리즈를 주 1회 게재한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2시간 남쪽으로 달려가면 천안시로 들어설 수 있다. 다시 입장면으로 방향을 틀면 ‘낙타표 비니루’라는 상표로 농민들에게 친숙한 삼동산업을 찾을 수 있다. 농업용 필름과 산업ㆍ공업용 필름을 생산하는 업체로 지난해 396억원의 매출에 8억원의 순이익을 올린 중소기업이다. 삼동산업은 거봉포도의 주산지에 자리를 잡고 있어 포도밭에 둘러싸여 있다. 당연히 예년 같으면 10월이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다. 과거에는 겨울 비닐하우스 농사를 준비하는 농민들의 주문이 한꺼번에 쏟아져 공장을 풀가동해도 주문량을 맞추지 못했었다. 그러나 공장 관계자들은 올해 10월을 ‘최악’이라고 손사래를 친다. 전달보다도 공장 가동을 15% 이상 줄였고 전체적으로는 공장의 절반 정도만 가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남수 전무는 “원재료인 폴리에틸렌(PE)의 가격은 고유가로 천정부지로 오르는데 제품가격이 따라가주질 못한다”며 “농협중앙회에 가격인상을 요청하고 석유화학업체들에 원재료가 인상 자제를 요청했지만 답이 없다”고 말했다. 석유화학 가공업체들이 이처럼 고사위기에 빠진 것은 ▦고유가에 원재료인 기초유분 가격 급등에 이어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급등한데다 ▦자고 나면 오르는 기름값이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제품의 10월 첫주 국제가격은 나프타가 4주 연속 상승세를 타며 연초 톤당 238달러이던 가격이 86%나 오른 445달러를 기록했다. 또 에틸렌은 연초보다 2배나 올라 톤당 1,095달러, 프로필렌ㆍ벤젠ㆍ폴리프로필렌(PP) 등도 연초보다 2배 이상 급등했다. 그러나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지만 중소 가공업체들은 뾰족한 해결책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일단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과 플라스틱업체에 대한 환경규제 등 각종 규제들이 해소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올해 중소기업청은 원자재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들에 2,200억원의 자금을 지원했지만 이미 지난 6월 바닥이 난 상태다. 더구나 일회용품 및 비닐 등에 대한 환경규제로 수요는 점점 감소하고 있다. 한 업계의 고위관계자는 “종이를 사용하면 수목이 줄어들어 오히려 환경을 파괴하는 점은 생각하지 않고 플라스틱에만 환경규제를 가하려 한다”고 반박했다. 근본적으로는 가공업체들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이는 석유화학업계든 가공업체든 생각이 같다. 외환위기(IMF) 이후 급증하기 시작한 석유화학 가공업체는 현재 통계에 잡히지 않는 소규모 가공업체를 제외하고도 7,000여개에 달하고 있어 과당경쟁에 중소 가공업체들이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플라스틱협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업체가 워낙 많아 경영이 어렵다는 소문이 나면 원료를 공급하는 대기업이 거래를 축소하고 당장 은행에서는 여신 금지 명단에 올리는 실정”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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