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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이 직접만든 국어교과서 새바람
입력2002-03-22 00:00:00
수정
2002.03.22 00:00:00
주입식 교육에 반기 현직교사 '우리말 우리글' 펴내"산뜻해요. 공부도 잘 돼요.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것이 많아 재미있어요. 상상력과 표현력을 기를 수 있어 좋아요."
현직 교사들이 만든 국어 교과서 '우리말 우리글'로 수업을 진행하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새 책에 대한 평가다.
경기고등학교 1학년 6반 국어수업시간. 학생들이 교단으로 나와 자신의 특징을 담은 그림을 소개하고 있다.
"저는 제가 어릴 때부터 제 장래의 모습까지 이 그림에 담았습니다. (사진을 가르키며) 이 장면은 제가 초등학교 때. 중학교 때.. 맨 마지막 장면은 '?'로 했습니다.
장래의 제 모습이 저도 궁금합니다." 한 학생, 한 학생 차례대로 솔직하고 담담하게 자신의 역사와 미래를 이야기했다.
'무슨 국어시간에 자기소개를..'이라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학부모도 있겠지만 학생들이 자기소개를 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은 교과서를 달달 외우는 그 어떤 수업보다 진지해 보였다.
"우리말 우리글은 정답이 없는 교과서입니다. 물론 수업도 학생들이 중심이 돼 자기 느낌을 적고 발표하는 식으로 이뤄지지요."
이 책의 저자로 참여했던 박종호(40) 경기고 국어교사는 "그동안의 딱딱한 교과서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입장에서 책을 썼기 때문에 아이들이 능동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한다.
박 교사는 "그러나 이 책을 아직 주교재로는 사용하지 못하고 주 4시간 수업 중 1시간을 쪼개 가르치고 있다"며 "입시에 대한 부담으로 이 책이 빛을 잃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이 책이 입시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 학교의 민경호(17)군은 "이 책을 받은 후 내용이 너무 재미있어 벌써 다 읽어봤다"며 "수능시험에 교과서에 있는 지문만 나오는 것이 아닌 만큼 이해력과 표현력을 길러주는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는 '전국국어교사모임'(회장 고안덕) 소속 80명의 현직 선생님들의 각고의 노력이 있었다.
사실 그동안의 국어수업은 선생님이 칠판에 무엇인가를 빽빽이 적은 후 학생들은 이를 받아 적고 대충 의미를 설명한 뒤 달달 외라고 강요하는 순서로 이뤄졌다.
이런 기존 고교 국어수업에 대해 전국국어교사모임 소속 80여명의 국어교사들이 반기를 들고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박 교사는 "집필에 참여한 선생님들이 노력한 만큼 지난해 우리말 우리글 중1 교과서에 이어 올해 중2와 고1 교과서도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다"며 "내년에는 중3 교과서와 '문학'과 '작문' 교과서를 출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석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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