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불과 석 달 만에 의지가 꺾였다. 콘텐츠 부족, 과도한 업무량 등을 이유로 매달 발간하던 보고서를 5월부터는 격월로 내기로 한 것. 이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해외투자용 보고서를 새로 만들었지만 인력은 보강되지 않았다"며 "국내 리서치를 담당하던 연구원들이 해외 리서치도 함께 하다 보니 매일 자정까지 일하고 주말에도 출근할 정도로 일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업무량이 많다 보니 매달 참신한 주제를 잡기도 쉽지 않아 결국 두 달에 한 번씩 보고서를 내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이 같은 현상은 비단 A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해외 리서치 보고서를 발간하기 시작하면서 전담팀을 따로 꾸리지 않고 국내를 담당하는 연구원들에게 일을 병행하게 했다. 일부 증권사들은 해외 리서치 전담팀을 만들기도 했지만 연구인력은 충분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실제 지난해 7월부터 월간 글로벌 리포트를 발간하고 있는 B증권사의 경우 전담인력이 4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 중 한 명은 인턴직원이고 또 다른 한 명은 주니어급 연구원이다.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매일 국내 시황을 들여다보면서 깊이 있는 해외 리서치를 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해외 리서치 전담팀을 만들지 않고 현재와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둘 다 놓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외 리서치 보고서의 질도 시장의 눈높이에 한참 부족하다. 한 대형 연기금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리서치 능력은 외국계 증권사에 크게 못 미친다"며 "현재로서는 굳이 국내 증권사들이 만드는 해외 리서치를 참고할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다만 해외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리서치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리서치 능력이 향상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해외투자를 왜 해야 하는지 묻는 사람이 많았지만 지금은 해외투자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은 없다"며 "투자자들의 인식이 변하면서 자연스럽게 국내 증권사들의 투자도 늘어나고 해외 리서치 보고서의 수준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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