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중국 정권 서열 3위이자 한국 국회의장 격인 장더장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과 지난 13일 서울서 만났다. 두 사람은 전자·금융 부문에서 삼성의 중국 진출 확대 방안을 적극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13일 오전 서울 신라호텔에서 장 위원장 측과 1시간 가까이 비공개로 회동했다. 이 자리에는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부회장), 장원기 삼성전자 중국본사 사장, 조남성 삼성SDI 대표가 동석했다. 김창수(삼성생명)·안민수(삼성화재)·윤용암(삼성증권) 등 주요 금융계열사 대표도 함께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중국 쪽 인사들에 반도체·전지·액정표시장치(LCD)를 비롯한 삼성의 현지 진출 현황과 사회공헌 활동 내용을 소개하고 중국 투자를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특히 금융계열사들의 진출을 확대하고 하반기 출시 예정인 '삼성페이'를 비롯해 핀테크 사업에 대해서도 중국과의 협력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대표는 회담이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장 위원장이) 금융에 관심을 많이 보였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이자 메모리 반도체, 각종 전자 부품·소재의 주요 수입국인 중국에 천문학적 투자를 해놓은 상태다. 205조원이 넘는 연간 매출의 20%를 중국서 올리는 삼성전자는 현재 시안에 70억달러(약 7조8,210억원)를 들여 메모리 생산기지를 건설했다. 삼성SDI는 최근 장쑤성 우시공업지구에 LCD TV 등에 탑재되는 편광필름을 연간 3,000만~4,000만㎡ 규모로 만들 수 있는 공장을 짓기 위해 지방정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공장이 완공되면 삼성SDI의 편광필름 생산량은 2배가 된다.
삼성의 금융계열사도 신성장동력을 찾고자 현지 시장에 더욱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삼성화재는 자동차 보험으로 영업 분야를 넓혔고 삼성생명도 에어차이나 같은 현지 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이 부회장은 시진핑 주석을 필두로 중국 거물급 인사들과 잇따라 만나며 제조업에 비해 다소 까다로운 금융업의 중국 진출길을 터주고 있다. 올 들어서도 장젠칭 중국공상은행 회장, 창전밍 시틱그룹 회장 같은 중국 최대 금융그룹 경영진과 회동했다. 이에 힘입어 삼성증권은 올해 3월9일 시틱 계열사인 중신증권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홍콩 진출에 이어 중국 본토 진출을 위한 정지작업을 벌이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