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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력집중만 거론 이해하지 못하겠다”/현대그룹의 입장
입력1996-11-15 00:00:00
수정
1996.11.15 00:00:00
김희중 기자
◎“국내산업 활기진작에 큰 도움”/부정적 시각 해소에 계속 노력숙원사업으로 일관제철소사업을 추진해온 현대그룹은 이번 정부의 불허움직임에 대해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고 있지만 정부정책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제철사업계획서를 제출하지도 않았는데 정부가 불허방침을 밝힌 것은 선도 보기 전에 결혼을 못하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항변하고 있다.
정부가 현대제철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들, 다시말해 수급불안이나 경제력집중 등 모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는데도 이렇다할 이유없이 경제력집중문제만을 거론하며 불허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대그룹은 그동안 제철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정부가 벌였던 각종 경제시책에 적극 호응해왔다. 재벌총수들의 독단을 억제하기 위한 사외이사제가 거론되자 주요그룹 가운데 가장 먼저 사외이사제를 도입했고 여천공단 등의 환경오염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환경연구원을 설립하기도 했다. 정부가 세계화를 주창하자 누구보다 한발 앞서 해외시장개척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여줬다.
현대는 제철소건설에 따른 공급과잉문제에 대한 일반의 부정적인 인식도 불식하는데 여러가지 경로를 통해 이해시켰다. 관변단체인 한국개발연구원이나 한국산업연구원에서도 현대의 논리에 어느정도 수긍하는 태도를 보여 일단 공급과잉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환경문제도 그리 우려할만한 것이 아니라고 현대는 주장하고 있다. 용광로방식에 의한 제철사업이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환경설비에 대한 투자를 과감히 늘려 전혀 환경을 파괴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매출액의 10%를 환경부문에 투자하겠다는 약속도했다.
현대는 특히 현대제철사업이 공동화가 우려되고 있는 국내산업의 활기를 진작시키는데도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기업들이 비싼 인건비와 땅값을 피하기 위해 해외로 나가고 있지만 국내에 공장을 지음으로써 관련산업의 투자를 촉진하는 것은 물론 고용창출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하는 상황에서 굳이 진출을 억제할 필요는 없지 않는냐는 논리다.
원자력발전소건설 등의 예에서 보았듯이 지역주민들이 나서 우리 마을에는 절대 지을수 없다는 최근의 사회분위기와는 달리 하동이나 군산주민들이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해 서로 현대제철사업을 유치하려 하고 있는데 경제력집중억제논리만을 내세우는 것은 정부정책으로는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경제력집중에 대해서도 현대는 할말이 많다.
선진국들의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과 오는 98년 전면적인 시장개방으로 외국선진업체들의 국내시장공략이 불을 보듯 뻔하고 현대그룹의 전체매출을 합해도 다국적기업 하나의 매출에도 못미치는 형편에서 경제력집중만을 너무 의식할 필요가 있는냐는 주장이다.
또한 현대제철사업은 중화학부문에 집중돼있는 현대그룹의 사업구조를 볼 때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업종전문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논리다.
현대는 정부가 불허방침을 굳히고 있지만 제철사업은 그룹의 오랜 숙원사업이니만큼 앞으로 계속 부정적인 시각을 해소해 언젠가는 반드시 현대제철을 세우겠다는 계획이다.<김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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