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를 넘은 중고령 자영업자 수가 올 들어 3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나라의 50세 이상 인구 수가 1,630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나이든 5명 중 1명꼴로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는 의미다.
은퇴가 시작된 베이비붐 세대가 앞다퉈 자영업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것으로 한국은행은 우리에 앞서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에 비춰볼 때 과열경쟁과 부채급증에 따른 후유증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12일 한은과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일본이 고령화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중 7% 이상)에서 고령사회(14% 이상)로 전환하는 시기에 자영업자가 급증하는 현상이 한국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이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지난 1974년만 해도 자영업의 중심축은 30대로 30대(183만명), 40대(180만명) 자영업자가 50대(118만명), 60대(103만명)보다 많았다. 하지만 1994년 고령사회가 된 후 자영업의 주류는 고령층으로 바뀌었다. 2002년 50대(166만명), 60대(181만명) 자영업자 수는 30대(68만명)와 40대(103만명)를 넘어섰다.
우리나라는 오는 2018년 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다. 박장호 한은 거시건전성분석국 조기경보팀 과장은 "일본은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60세 이상 자영업자 수가 많이 늘었다"며 "우리나라도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늘면서 향후 10년간 고령 자영업자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3월 말 현재 50세 이상 자영업자 수가 308만8,000명으로 집계돼 이미 '고령 자영업자 300만 시대'가 열렸다. 50세 이상 자영업자 수는 ▦2010년 12월 267만7,000명 ▦2011년 12월 294만3,000명 ▦2012년 12월 297만9,000명 등으로 증가 추세다.
문제는 우리나라 은퇴계층의 소득수준이 낮아 자영업 전환속도가 일본보다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은퇴자 소득은 과거 소득의 66.7%(2011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82.4%에 턱없이 모자란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가 저부가가치 자영업에 몰리면서 출혈경쟁과 가계파산에 내몰리고 있다"며 "준비되지 않은 창업을 자제하도록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중고령자가 퇴직 후 완전한 노동시장 은퇴시점까지 일할 수 있는 가교일자리시장을 활성화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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