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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드 코리아-새로운 성장모델을 찾아서] '반면교사' 일본 '벤치마킹' 독일

일본, 1995년 세계 첫 4만달러 돌파… 구조조정 소홀 잃어버린 20년

독일, 통일 후유증 딛고 개혁 성공… 유럽 쥐락펴락하는 맹주 부상


도약과 좌절의 갈림길에 선 우리 경제가 반드시 참조해야 할 사례가 바로 일본과 독일이다. 두 국가는 모두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어 4만달러를 달성했지만 현재 처지는 크게 다르다. 일본은 지난 1990년대 초반 엔고를 등에 업고 1995년 세계 최초로 4만달러를 돌파하면서 슈퍼파워 미국을 위협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잃어버린 20년'이라는 혹독한 장기불황을 겪으며 아직도 4만달러 국가에 안착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1990년 통일 이후 '유럽의 병자'로 추락하는 듯 보였던 독일은 경제체질을 일신하며 '유럽의 파워 하우스'로 탈바꿈했다. 그 결과 2013년 기준 독일과 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은 각각 4만7,205달러, 3만9,899달러로 1만달러 가까이 벌어졌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낳았을까. 전문가들은 경제위기에 맞서 본질적이고 구조적 처방을 내렸느냐에 주목한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일본은 산업 구조조정 등 스스로 개혁해야 하는 단계에서 막혔다"며 "과거 성공 모델을 버리고 국가정책을 포함해 모든 부문에서 혁신해야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3만달러→4만달러, 일본이 빨라도 내실은 독일=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에서 3만달러가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일본은 5년, 독일은 4년으로 엇비슷했다. 하지만 3만달러에서 4만달러가 되는 데 독일은 일본(3년)의 4배인 12년이 걸렸다. 언뜻 일본이 앞선 결과로 보이지만 그 질을 보면 실상은 달랐다. 일본은 2만달러 시기였던 1987~1992년 실질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4%였지만 3만달러 시기인 1992~1995년에는 1.0%로 떨어졌다. 반면 독일은 3만달러 시기(1995~2007년, 1.6%)가 2만달러 시기(1991~1995년, 1.2%)보다 더 나았다. 재정 측면에서도 일본은 4만달러 달성 시기에 국가채무가 GDP 대비 91.2%를 기록, 65.4%로 안정적인 독일과 대조를 보였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일본의 경우 1990년대 엔화 절상이 소득 향상에 80% 넘게 기여했지만 결국 환율의 보복으로 대외경쟁력이 훼손됐고 여기에 고령화, 정책 실패가 더해져 나락으로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노동·연금 개혁 VS 정책 미스에 환부 외면=양국의 격차는 국가 지도자 리더십의 차이기도 하다. 독일의 경제구조 개혁 성공은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의 정파를 초월한 걸출한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슈뢰더 총리는 10%대의 높은 실업률과 낮은 성장률, 제조업 위주의 산업구조 등을 극복하기 위해 2003년 '어젠다 2010'을 내놓는다. 해고보호법의 적용 범위 완화, 실업수당 삭감, 연금 수급연령 상향 조정, 경제활성화를 위한 조세·재정개혁 등이 망라됐다.

통일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던 독일은 어젠다 2010을 개혁 모티브로 삼아 생산성 향상을 이뤄냈고 수출도 유럽에서 아시아 등으로 다변화하는 데 성공했다. 조호정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독일이 2008년 금융위기, 2012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정위기에도 흔들림 없는 위상을 과시한 데는 '독일병'을 치유한 슈뢰더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비해 일본은 경제정책 혼선과 국가 지도자 리더십 표류로 화를 자초했다. 재정정책은 경제 하락이 시작된 1988년보다 훨씬 뒤인 1992년에야 시작됐고 '잃어버린 12년(1991~2002년)' 직전인 1990년에는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실수를 범했다. 특히 경제와 사회 분야의 구조조정 미흡이 결정적이다. 이 연구위원은 "금융개혁이 미뤄지면 자금중개기능이 약화돼 유동성 함정을 초래할 수 있고 기업 부실도 방치할 경우 신속한 구조조정으로 경제가 활력을 찾을 기회를 놓치게 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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