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화성에서 온 프랑스, 금성에서 온 미국

기세 등등한 프랑스 외무장관이 뉴욕에서 `록 스타`와 같은 열렬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최근 UN회담에 참석차 뉴욕을 방문한 도미니크 드 빌팽 프랑스 외무장관에 쏟아졌던 관심은 그가 화장실에 갈 때 조차 대규모 보디가드를 대동해야 할 정도로 대단했다. 시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이 반전주의자는 거리에 나설 때 마다 그에 관한 두가지 사항을 궁금해하는 기자들의 질문세례에 시달려야 했다. 하나는 좀처럼 박수소리를 듣기 어려운 UN안보리 회의에서 콜린 파월 미 국무부 장관에 `한 방`먹인뒤 큰 갈채를 받았을 때 느낌이 어땠는지와 다른 하나는 그가 뉴욕에 올때마다 선탠을 하기 위해 피부 관리실에 들른다는 소문이 사실인지의 여부다. 파월 국무부 장관은 지난 2월 14일 한스 블릭스 이라크 무기사찰 단장과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의 유엔 안보리 2차 보고서 발표 이전만 해도 그들의 보고서가 이라크에 대한 `진실`을 드러내 줄 것이라고 장담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미국에게 있어 `발렌타인데이의 대 재앙`과 같은 것이었다. 큐피드가 남녀 커플에 사랑의 화살을 쏘고 있는 커다란 벽화를 배경으로 둘러앉은 사찰단원들과 여러 나라의 외무 장관들은 사담 후세인을 몰아내겠다는 부시 행정부의 방침에 한데 뭉쳐 대항했다. 사담 후세인이 정직하지 못하다는 것은 대부분이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다. 문제는 이러한 사실이 전쟁을 정당화할수 있느냐의 여부다. 블릭스 단장은 이라크의 대량 살상무기 개발 의혹 증거로 파월장관이 제시했던 위성 사진의 신빙성을 입증할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라크가 최근 좀더 협조적인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으며 대량 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도 찾을 수 없었다고 말해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공격 추진 노력에 `쐐기`를 박았다. 드 빌팽 외무 장관역시 `왜 전쟁이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만 하는가`라며 미국인들에 조소를 보냈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반대하고 있는 유럽의 지도적인 위치를 잃고 싶지 않은 프랑스로서는 이 같은 입장 표명이 불가피한 것이었다. UN의 사찰 보고서 발표 이전에도 상황은 백악관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백악관의 안주인 로라 부시 여사는 당초 12일 백악관에서 에밀리 디킨슨 등 시인들의 작품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일부 시인들이 이 행사에서 반전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알려지자 이를 취소해야 했다. 또 최근에는 오사마 빈 라덴의 육성테입이 공개돼 미국을 강타했으며 앨런 그린스펀 의장은 부시의 감세안과 재정적자 문제를 거론, 백악관에 결정타를 가했다. 드 빌팽 장관과 파월장관의 결투는 이라크를 둘러싼 그들의 입장이 `화성에서 온 프랑스, 금성에서 온 미국`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켰다. 사담 후세인 정권을 제거해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하는 몇몇 국가들조차 부시 행정부가 자신들의 대테러전 수행에 방해가 되는 나라들은 `제거돼야 한다`고 주장하는데에는 마땅찮다는 표정이다. 도널드 럼스펠드의 `늙은 유럽`발언 역시 독일, 프랑스 등 유럽국가들의 심기를 불편케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심지어 몇몇 `매파`정치인들도 부시 행정부의 수사법이 불필요할 정도로 `전투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문제를 이처럼 급박하게 몰아가고 있는 것은 사담 후세인 정권이 사라질때까지 보수주의자들이 결코 행복해질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 장관은 이들의 논리를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만약 미국이 20만명을 걸프지역에 파병했다가 이들을 도로 철수시킨다면 이는 미국의 자존심을 심하게 훼손시킬것이다”. 워싱턴의 역사가 `목숨`보다는 `체면`을 소중하게 여긴 몇몇 위인들로 인해 커다란 아픔을 겪어야 했다는 사실을 새삼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프랑스의 소란스러운 반대시위와는 상관없이 전쟁은 일어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전쟁을 일으키기 위해 대규모 군대를 파병한 부시 가문이 가장 두려워하는 단어가 바로 이것이기 때문이다. `겁쟁이`. <머린 도드 (뉴욕타임스 컬럼니스트) >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