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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정책 시장서 외면한다] 단기처방보다 심리적 불안해소 시급
입력2003-07-20 00:00:00
수정
2003.07.20 00:00:00
이진우 기자
정부가 콜금리를 인하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시장금리의 하락을 유도해 개인이나 기업의 금융부담을 줄이고 소비와 투자를 늘리는 이른바 `자금의 선순환`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경기침체에다 정부의 경제정책 혼선과 대결위주로 치닫는 노사관계, 북한핵을 둘러싼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 신용불량자 양산에 정치권의 정쟁 등 불안 요인들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개인들은 선뜻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기업들 역시 투자에 눈을 돌릴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이미 지난 5월 한차례 콜금리를 내렸지만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한여름 속에 한기를 느낄 정도다. 실업률은 최악으로 치달아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들여 놓는 젊은 사람들조차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나마 금융시장이라도 순방향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시장`은 금리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익을 누릴 수 있는 유리한 방향을 찾아 제각각 따로 놀고 있다.
전문가들은 콜금리 인하효과가 아직 본격적으로 나타날 시점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금리인하라는 부양책이 침체에 빠진 경제를 추스리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진단한다. 문제는 단순히 파급효과가 없다는 게 아니라 부동자금의 부동화를 부추기고, 금리정책이 경기조절수단으로 작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금리인하 `약발` 안먹혀=한은이 열흘전 전격적으로 금리인하를 했지만 최근 돌아가는 금융시장의 상황은 `그런 일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다. 지난 5월에도 콜금리를 한차례 내렸지만 실물경제는 미동도 하지 않았고, 심리적으로도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런 식이라면 금리인하가 필요한 시점이 와도 섣불리 카드를 꺼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콜금리 인하후 잠시 하락세를 보였던 국고채3년물과 5년물 등 장기 채권금리는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콜금리 인하 직전 시점을 크게 웃돌기 시작했다.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돌출 발언 등 특수요인이 가세하긴 했지만 시장에서는 금리폭등(채권값 폭락)에 대한 우려가 높다. 또 금리가 내려가면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입이 줄어드는 것이 정상인데, 최근 국내 증시는 거꾸로 엄청나게 몰려드는 외국인들이 좌우하고 있다. 한은의 금리인하는 결과적으로 `가벼운 조치`가 되고 말았다. 시장이 동조하지 않고 있는 탓이다.
◇대출창구 `꽁꽁`자금수요 `깜깜`=개인과 기업들의 금리부담을 줄여주겠다는 당초 의도와는 달리 은행들도 예금금리만 내린 채 대출금리는 내릴 생각조차 안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은 경기침체로 기업들의 실적악화와 연체율 상승 등으로 심사를 강화하면 했지 금리를 낮추기 어렵다는 입장”이라며 “콜금리를 낮췄다고 해서 무작정 금리를 내려 기업들에게 돈을 내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의 대출창구가 얼어붙은 것도 문제지만 지난 5월 콜금리 인하 후에도 기업들은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으며 설비투자를 위한 신규 자금수요도 별로 찾아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결국 잇단 예금금리 인하로 엉뚱하게 서민들의 이자소득만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심리적 불안`부터 해소해야=최근 돌아가는 경제상황을 볼 때 정책과 시장이 따로 노는 것은 어쩌면 예상치 못한 상황도 아니다. 정부가 추가경정 예산 편성, 특별소비세 인하 등 다각적인 경기부양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이 예상보다 시큰둥하다. 정부당국은 이 같은 한계를 알면서도 경제가 예상보다 나빠지자 꺼낼 수 있는 카드를 모두 꺼내는 고육지책을 썼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와 통화당국이 금리인하 같은 직접적이고 단기적인 처방에 앞서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회복과 노사문제의 원만한 해결 등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해 나가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박종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콜금리 목표를 내렸는데 시장이 움직이지 않거나 거꾸로 움직인다면 그 자체로 엄청난 정책적 부담을 안게 된다”며 “시기와 효과를 냉정하게 검토해 정책을 집행해야 하며, 그에 앞서 노사문제와 산업ㆍ외환정책 등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과 처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성화용,이진우기자 ra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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