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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대담] 박용성회장-김만제의원
입력2001-01-03 00:00:00
수정
2001.01.03 00:00:00
[신년대담] 박용성회장-김만제의원
"구조조정·경기부양 병행 추진을"
새해를 맞아 '경제 살리기'의 의지를 다잡아야 할 때다. 경제가 침체를 훌훌 털고 도약의 기틀을 마련할지, 아니면 주저앉을 지는 전적으로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경제 전문가인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과 김만제 한나라당 의원간 2시간 30분에 걸친 대담을 통해 해법을 알아 보았다.
두 사람은 "구조조정을 하려면 원칙을 가지고 철저하게 추진해야 한다"며 국민ㆍ주택은행 합병을 예로 들어 인력을 1/3은 줄인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특히 "경제를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며 자신감을 주문하며 구조조정의 성공을 위해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20조~30조원의 부동자금을 산업자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무기명장기채를 발행하고, 통화량 확대를 통해 금리를 2~3% 포인트 낮춰 5~6%대로 유지해 기업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조조정을 한다고 경기부양을 뒤로 하면 부실 덩어리로 전락한다는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김 의원= 기업들이 투자를 안하고,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고, 재정적자도 늘고, 금융권과 기업 부실이 꼬리를 물고 하는 악순환에 빠져들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이른바 '저패니스신드롬'이죠. 실업도 통계상 4%이지만 실제 7~8%는 될 겁니다.
구조조정은 거스를 수 없는 물결로 '성장 잠재력'을 높이기 위해 하는 것입니다. 잘하면 본전치기지만 잘못하면 대거 실업자만 늘어나고 저성장의 덫에 걸려들게 됩니다.
구조조정한다고 산업기반을 무너뜨려선 안된다는 말입니다.
특히 부실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해도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와 관치금융이 개선되지 않는 한 바로 부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 회장= 업계에서 볼 때 거시경제지표는 좋습니다. 경제를 너무 비관적으로 보지 말라는 것이죠. 일본이 제일 안된 것이 금융 구조조정입니다. 환부를 드러내지 않고 덮어버리곤 해서죠.
해외 펀드매니저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구조조정과 정책의 신뢰성에 대해 유보적입니다.
이들이 한국경제에 대해 확신이 서야 외국인 투자도 늘고 경제도 좋아질 수 있죠.
대통령이 천명한대로 오는 2월말까지 기업ㆍ금융ㆍ노동ㆍ공공 등 4대부문 구조개혁과 관련해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야 합니다.
현재 진행중인 국민ㆍ주택은행 합병 등 금융구조조정은 우리 경제의 앞날을 좌우할 '리트머스시험지'라고 할 수 있죠. 외국 펀드매니저들은 금융구조조정과 삼성전자의 자동차 부채처리가 어떻게 되나 관망하고 있습니다.
▦김 의원= 정부가 공적자금으로 109조원을 쏟아 부었으나 효과는 별로 없고 오히려 부실기업이나 부실은행을 양산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현재 재벌 계열사들중 투자부적격인인 회사가 수두룩합니다. 이것은 정부의 지지부진한 구조개혁을 반증하고 있죠. 심지어는 은행들이 부실기업은 물론 우량기업에도 대출을 꺼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방식의 공적자금 추가 투입은 안됩니다. IMF 이후에도 정부관료나 은행원, 노조의 의식이 탈바꿈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잘못하면 공적자금만 늘고 실업자도 늘 수 있습니다.
영국의 대처 전수상은 구조조정을 할 때 탄광노조가 몇 달 파업을 해도 밀어 부쳤습니다.
우리는 한빛은행 등 몇 개 금융기관의 지주회사를 2002년 6월로 미뤄 놓았는데 대선에 임박해서 과연 제대로 되겠나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박 회장= 구조조정은 비극인데 1막에 가서 희극으로 바꾸려니 문제입니다. 지주은행 설립이나 국민ㆍ주택 합병은행이 시너지 효과를 내려면 점포를 줄여야 합니다.
비극으로 시작했으면 비극으로 끝내야 합니다. 그래야 좋은 작품이 돼 모두에게 득이 되는 것이죠. 일본 금융구조조정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비극을 성급하게 희극으로 바꿨기 때문이죠.
정부의 기업구조조정에 대한 의지와 추진력이 많이 떨어진게 사실입니다. 엄밀히 따지자면 구조조정은 경영효율화를 위해 인원감축 등의 가장 아픈 부분을 건드리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정부가 이를 무서워하면 아무것도 하지 못합니다.
국민ㆍ주택은행 합병을 제대로 하려면 현재 1만명(양 은행의 총 인원은 2만7,000명)은 줄이고 이들에 대한 보상조건을 갖고 싸워야 했는데 줄이지 않겠다고 하고 시작하니까 원천에서 협상이 맴돌고 있습니다. 지금의 상태를 보면 마치 비극을 희극으로 바꾸려하고 있지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노조도 이제는 사회전체의 이익추구를 생각할 때입니다. 포드사가 수만명을 해고했다는 외신을 접했지만 근로자들이 데모했다는 보도는 없었어요. 평생직장이라는 의식을 버리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갖춰야 합니다.
▦김 의원= 경제주체들의 의식전환이 중요합니다. 기업은 내적 이익을 추구해야 하고, 노조도 바뀌어야 합니다. 은행도 마찬가지죠. 의식의 변화를 동반하지 않는 구조개혁은 선진국 외형만 따라가며 '모래위에 집을 짓는 꼴'이 될 것입니다.
▦박 회장= 국내은행중에서 신한, 한미, 하나은행은 건실하게 살아 남았는데 모두들 주인이 있는 곳입니다. 물론 일부 금고나 종금사들 중에 잘못된 주인이 말썽을 일으킨 경우도 있긴 하지만 은행에 주인을 찾아주어 책임경영을 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물론 지금 은행들도 건전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실례로 두산이 한중을 인수할 때 은행들이 벌떼처럼 와서 '돈의 출처'를 캐물으며 불명확하면 대출금을 회수하겠다고 하더군요. 과거에는 서로 와서 거래하자며 돈을 빌려 줬을텐데 말이죠.
▦김 의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의 국제 신용등급 상향이 잘 안되는 것은 관치금융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마치 은행만 살리면 경기가 금방이라도 살아날 것이라고 믿는 것은 안일한 것이죠.
▦박 회장= 돈이 돌아야 하는데 기업들로서는 외환위기 당시처럼 힘들죠. 노동법만 보더라도 업계에서는 미국법이나 ILO(국제노동기구)의 법조항을 그대로 베끼자는 자조적인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주당 노동시간을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이겠다고 하면 그것에 상응하는 기업 입장의 보완책이 나와야 하는 것 아닙니까. 정치권과 정부가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고민해야 합니다.
▦김 의원= 대우자동차의 경우 끝까지 안되면 문닫을 각오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부평공장 안되는 것 세상이 다 아는데 말이죠, 미국 GM도 제코가 석잔데 무슨 인수여력이 있겠습니까. 부평공장 없애고 나머지는 현대차에 줘야 합니다.
독점 문제가 제기되는데 일본차도 들어오고 해서 국산과 외제차가 경쟁하는데 뭐가 문제됩니까.
▦박 회장= GM이 여의치 않다면 싼값에라도 현대에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금융구조조정도 어설프게 해선 절대 안됩니다. 한전 민영화와 금융 구조조정이 제대로 안되는게 답답합니다. 시민단체와 노조에 흔들리지 말고 꿋꿋이 나가야 합니다.
▦김 의원= 민영화가 제대로 안되고 있습니다. 은행이 지배주주 소유한도가 4%인데 10%로 올리자고 하면 얼마나 반대가 심합니까. 당내에서도 마찬가지죠. 주인없는 은행이 공적자금만 먹게 됩니다.
정부는 재벌개혁의 경우 빅딜과 빚 200%한도를 정해 추진했지만 뭐가 달라졌습니까.
기업은 유상증자해서 빚을 맞추고 부실 계열사의 부담은 금융권으로 전가해 결국 엄청난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했죠. 이것이 다 서민 부담입니다. 또 투신 키우고 주식시장투자 부추기다가 개미투자자들만 엄청 손해보고 소비가 극도로 위축됐습니다.
▦박 회장= 정부의 빚 200% 기준은 모호한 면이 있습니다. 분모 키우든 분자를 줄이든 갖가지 방법으로 결국 맞췄지만 말이죠.
무리한 유상증자 부분도 그런대로 이해야 합니다. 물론 대거 유상증자로 주식값 폭락에 영향을 끼친 면도 있지만 말이죠.
하지만 국내 기업의 주가는 외국의 동종기업에 비해 상당히 저평가돼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미국기업들의 주식은 장부가에 비해 평균 3.3배나 되지만 국내기업은 장부가도 못받고 있습니다. "못믿겠다"는 불확실성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죠.
기업 투명성이나 지배구조 개선을 '칼로 무자르 듯' 너무 짧은 시간에 하라고 하는 것은 문제입니다. 일본도 1만달러 국민소득 시대에 부채비율이 400%였습니다. 집단소송제나 대표소송제도를 하는 나라도 몇 안됩니다.
기업 구조조정은 뚜렷한 방침과 전략이 있어야 합니다. 결코 단기간적인 이벤트행사가 아니죠.
기업이 존재하는 한 계속해서 해야하는 것인데 현재 진행중인 구조조정이 언제까지 기간을 정해 놓고 하는 딜레마는 극복돼야 합니다. 잘못하면 호랑이를 그리려다 고양이를 그릴 수 있죠.
▦김 의원=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은 당국이 상속과정을 잘 관찰하면 됩니다. 갑자기 해선 안됩니다. 우리보다 일찍 구조조정을 시작한 일본도 우리보다 완만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IT(정보기술)산업도 번창하고 해서 반드시 일어날 것으로 봅니다.
▦박 회장= IT 과신증을 벗어나야 합니다. 정보통신산업을 어떻게 기업 경쟁력 강화와 국부 창출로 연결시킬지에 대한 고민이 적습니다.
중소기업들의 경우 인터넷을 통한 물품 구매와 판매 등 경쟁력 강화쪽보다는 직원들이 게임, 증권거래, 채팅, E-메일등을 더 많이 활용하는 경향이 있죠. 인터넷 인프라는 세계 최고수준이지 않습니까. IT산업의 투자와 방향에 대한 재설정이 필요한 때입니다.
▦김 의원= 지난해 정보통신 투자가 상당히 많았는데 유발효과가 적습니다. 미국처럼 신경제식으로 접목이 안되고 있어요.
정보통신 혁명이 일어나지 않은거죠. 투자가 촉진돼야 고용도 증가하는데, 지난해 정보통신(IT)산업에 많은 투자가 이뤄졌지만 얼마나 경제성장을 촉진했는지는 회의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차세대이동통신(IMT2000)사업도 성급히 진행되고 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성장잠재력이 큽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 한국은행에 생산요소로서의 자본을 얼마나 잠식했는지 자료를 요구했는데 성장잠재력은 까먹지 않았더군요. 이는 대단히 고무적인 것이라고 봅니다.
올해도 정부가 금융통화정책을 잘 관리하고, 자금경색을 막고,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 경제성장률이 4~5%는 될 것입니다. 구조조정을 하면 실업자와 공적자금이 증가하는 딜레마가 생기지만 단기적으로 환율, 통화관리를 잘한다면 그다지 비관적인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금리 인하를 적극 검토해야 합니다. 금리를 낮춘다고 해서 물가가 지나치게 높게 올라가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현재의 8~9%는 결코 낮은 금리가 아닙니다. 실제 재벌기업 대부분의 신용등급이 트리플B에 머물고 있는데 이들은 13%가량의 고금리를 쓰고 있습니다. 기업의 70%가 금리수준을 못따라 간다면 당연히 낮춰야죠. 금리를 인하해 기업을 살리고 금융이 돌아가게 해야 합니다.
외환위기가 재발하지 않을까 해서 환율인상에 대해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도 지양해야 합니다.
1,300~1,400원 되면 어떻습니까. 시장의 순환기능에 맡겨야 합니다. 그래야 수출도 잘되고 관광객도 많이 유치할 수 있습니다.
올해 외환자유화 확대로 상당부분 자본이 유출될 것은 불 보듯 뻔합니다. 무기명장기채 발행을 각오해야 합니다.
경제정의에 반한다고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은데 돈이 외국으로 빠져나가고 소비 조장하고 실업자 늘면 이것이 정의입니까. 무기명장기채를 발행하면 부동자금 20조~30조원중 10조원은 끌어 들여 산업투자와 기술개발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박 회장= 구조조정 효과는 당장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암을 수술한다고 해서 다음날부터 펄펄 뛰는 것이 아니듯 말이죠. 하지만 암덩어리를 없애지 않으면 죽게 되는 것 아닙니까. 그런 의미에서 구조조정은 강력한 원칙을 가지고 힘있게 추진해야 합니다. 새로운 정책과 아이디어가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나아가 시장에서 상시 퇴출시스템이 정착돼야 합니다. 은행이 보수적으로 국공채나 사고 기업에는 돈 안주는데 기업대출을 많이 하는 은행에는 인센티브를 줘야 합니다.
■박용성(朴容晟) 대한상의 회장
▦40년 서울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뉴욕대학교 경영학 석사 ▦한국투자금융 상무 ▦동양맥주 사장 ▦대한유도협회장 ▦(현)두산그룹 부회장 ▦(현)OB맥주㈜ 회장 ▦(현)국제유도연맹 회장 ▦(현)프로야구단 두산베어스 구단주
■김만제(金滿堤) 한나라당 의원
▦34년 대구 ▦미국 덴버대 졸업 ▦미주리 주립대 경제학박사 ▦서강대 경제학과 부교수 ▦KDI 원장 ▦금융통화운영위원 ▦한미은행장 ▦재무장관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 ▦삼성생명 회장 ▦포철 회장 ▦(현)한나라당 정책자문위원장
고광본기자
한영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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