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은 을유년(乙酉年) 닭의 해다. 닭은 새벽을 알리는 길조로 여겨져 왔다. 닭이 울면 동이 트고 동이 트면 광명을 두려워하는 잡귀가 도망친다는 뜻에서 우리 선조들은 정초에 대문이나 집안에 닭 그림을 붙여놓고 한해의 행운을 기원했다. 닭은 또 12지 동물 중 유일하게 날개가 달린 짐승으로 지상과 천상을 연결하던 심부름꾼으로 생각됐으며 수탉의 붉은 볏과 암탉의 왕성한 다산성 때문에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 특히 사랑 받았다. 닭은 5가지 덕을 갖추었다는 해석도 있다. ▦머리에 벼슬, 관을 썼으니 문(文)에 해당하고 ▦발에는 날카로운 발톱이 있으니 무(武)에 해당하며 ▦적을 만나면 물러서지 않고 죽도록 싸우니 용(勇)이 모자람이 없으며 ▦먹을 것을 찾으면 주위에 소리쳐 알리니 인정이 있는 인(仁)에 해당하고 ▦믿음을 잃지 않게 시간을 지켜 새벽을 알리니 신(信)에 해당하는 오덕(五德)을 갖췄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처럼 선조들의 일상에서 애환을 함께 했던 닭의 모습이 민화작가 서공임 씨의 그림으로 다시 태어났다. 지난 25년간 민화만을 고집한 서씨는 용이나 호랑이처럼 단일 주제로 전통민화를 발굴하고 거기에 자기 나름에 해석을 통해 현대감각에 맞는 그림을 그려 한민족의 정서와 소망을 담아내고 있다. 닭해를 맞아 닭만을 단일테마로 갖는 서공임의 닭그림 민화전 ‘닭이 울면 을유년 새벽이 밝아온다’는 한국일보 주최로 내년 1월5일부터 한국일보사 1층 갤러리에서 전시된다. 익살과 해학이 돋보이는 토속적 민화로 그려진 서씨의 닭들은 힘차고 화려한 자태를 뽐내면서도 아기자기한 잔정으로 가득 차 있다. 동틀 녘의 수탁이나 화려한 모란꽃 혹은 석류나무 아래서 모이를 쪼아 먹는 갓 부화 한 병아리의 모습 속에서 새로 낳은 달걀의 따뜻한 체온만큼 인정이 넘친다. 우리 민화에서는 그 대상이 닭이든 호랑이든 또는 다양한 새나 꽃이든 어는 것 하나 사실적 묘사보다 그 대상이 갖고 있는 ‘의미 있는 그림’ 즉 마음의 크기로 표현된다. 전시는 2월 13일까지 계속된다. (02)724-2882~3.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