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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Watch] 스마트폰서 해방 '디지털 디톡스' 바람 확산
난 앱 다운받아 중독 치료한다 스마트폰 없으면 극심한 불안학업·대인관계 안중에도 없고 창의력 감소·건망증 증세까지예약시간에 자동잠금 전환… 모모·중독방지 앱 등 인기블루오션형 틈새시장 부상
유주희기자 ginger@sed.co.kr
자료사진=위 기사와 관련 없습니다
직장인 김신영씨는 가끔 휴대폰을 꺼두고 싶다. 하지만 실제로 그래본 적은 없다. 주말에도 종종 거래처에서 전화가 걸려오기 때문이다. 전화를 꺼둔 사이 거래처 직원들이 자신의 상사에게 전화해 "신영씨가 전화를 꺼놓았다"고 한 마디 툭 던지는 상황을 상상하면 등골이 서늘하다.
김씨보다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직군에 종사하는 조성은씨는 주말에 일부러 스마트폰을 '방치'한 경험이 있다. 스마트폰으로 카카오톡 메시지와 뉴스를 확인하느라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게 싫어서다. 하지만 스마트폰으로부터의 자유는 세 시간 만에 끝났다. 조씨는 "세 시간 동안 어떤 카카오톡 메시지가 왔는지, 인터넷에 어떤 소식이 떴는지 궁금해 온 몸이 근질근질하고 불안했다"고 전했다. 스마트폰 중독증상이다.
한국인들은 하루에 몇 번이나 스마트폰을 들여다볼까. 지난해 말 온라인 설문조사 전문기업인 두잇서베이는 스마트폰 이용자 2,657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이용행태 조사를 실시했다. 하루 30번 이상 스마트폰을 열어본다는 응답자는 24.5%에 달했다. 10~20회는 23.7%, 5~10회는 20.9%, 20~30회는 13.1% 순이었다.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열었다 잠그는 '스마트폰 중독자'들도 많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 가운데 '목적 없이 스마트폰을 열어본 적이 없다'는 의견은 2.9%에 그쳤다. 사람이나 지하철, 주문한 식사를 기다리면서 별 생각 없이 자꾸만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린다는 응답이 다수였다. 별 목적 없이 스마트폰을 열어 하는 일은 카카오톡 실행(32.7%)이나 인터넷 접속(23.8%) 정도였다. 그저 화면만 보고 다시 닫는(27.4%) 경우도 흔했다. 혹시 새로운 메시지나 부재중 전화가 오지 않았나 확인하기 위한 행동이거나 상당한 수준의 스마트폰 중독증상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시교육청에서도 비슷한 조사를 실시했다. 전국 1,304개 초중고생 30만23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51%인 1만7,448명이 스마트폰을 지나치게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과다사용(3.07%)보다 2배 많은 수치다. 또 이 가운데 5.9%는 전문적인 상담과 집중치료가 필요한 '중독사용자'로, 1,18%인 4,585명은 '위험사용자'로 분류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스마트폰 위험사용자는 스마트폰이 없으면 학업ㆍ업무나 대인관계를 제대로 할 수 없으며 극심한 불안과 외로움을 느낀다"고 분석했다.
스마트폰 중독의 위험성은 얕볼 수준이 아니다. 한창수 고대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창의력 감소와 건망증을 우려했다. 뇌가 쉬는 동안 머릿속에 입력된 정보가 서로 이어지는 과정이 진행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생각과 창의력이 생겨난다. 하지만 "스마트폰 중독자들의 뇌는 쉬는 시간이 없다. 대학생도 직장인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생기면 바로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다 보니 뇌가 쉴 틈이 없다"는 게 한 교수의 이야기다. 그는 또 스마트폰 과다사용자의 경우 주의집중력, 사고전환 능력, 판단 능력이 떨어지는 등 스트레스성 건망증 환자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며 "앞으로 두고 봐야 알겠지만 치매로 이어질 가능성도 일부 관측된다"고 전했다.
뇌 기능이 완전히 성장하지 않은 어린이ㆍ청소년은 더더욱 적절한 스마트기기 이용과 디지털 디톡스가 필수다. KT와 '올레 자녀폰 안심'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랜티넷 관계자는 "지나친 스마트폰 사용은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팝콘브레인(popcorn brain)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팝콘브레인은 게임ㆍ동영상 등의 자극적인 디지털 정보에는 즉각적인 반응을 나타내지만 현실의 약한 자극에는 반응하지 않는 현상을 뜻한다. 이 같은 우려가 확산되면서 올레 자녀폰 안심의 이용자 수는 최근 두 달 사이 42%나 늘었다. 스마트폰을 버리기 힘들다면 스마트폰의 다양한 기능을 활용해 중독증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다.
하지만 직장인 등 대다수는 현실적으로 디지털 디톡스를 꿈꿀 기회조차 박탈당한 상태다. 시도 때도 없이 통화와 메일, 모바일 결제를 독촉하는 치열한 사회 탓이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김현수씨는 스마트폰과 '일심동체'인 삶을 살고 있다. 부서 최고참 상사가 모든 부원들이 필히 참여해야 하는 카카오톡 그룹채팅방을 개설한 후 공지사항이나 업무지시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미국출장 중 새벽에 온 카톡 메시지를 못 보고 자고 있었더니 다른 동료가 '왜 대답하지 않느냐'고 전화로 잠을 깨운 일도 있었다"며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김씨의 동료들은 새 스마트폰으로 바꿀 때도 미리 그룹채팅방에서 양해를 구해야 한다. 스마트폰을 새 기기로 바꾸면 그룹채팅방에서 자동으로 빠져나오기 때문에 상사의 말을 듣기 싫어 나가는 것처럼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디지털 디톡스는 '한가한 소리'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무리 어쩔 수 없어도 '스마트폰의 노예'는 개개인에게도, 사회에도 손해다. 개인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공동체 차원의 디지털 디톡스 캠페인을 벌이는 것도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조화순 연세대 정외과 교수는 "디지털 중독의 위험을 알리고 관련정책을 모색하지 않으면 오히려 창조성이 파괴되는 사회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스마트폰을 멀리하는 것이다. 신동원 경희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뇌는 계속 집중만 하다 보면 정작 필요할 때 효율이 오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가 권하는 방법은 '멍때리기'다. 아무 생각 없이 긴장을 풀고 뇌가 쉴 시간을 주자는 이야기다. 그는 "밤10시 이후나 식사할 때, 가족과 함께 있거나 중요한 업무약속이 있을 때 등 의도적으로 원칙을 정해서 스마트폰을 꺼두는 게 가장 좋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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