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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FTA로 비상하라] <상> 아메리카에 부는 코리아 바람

미 바이어들 "한국산 품질 굿… 제품 보내달라" 요구 봇물<br>대기업이 쌓아온 신뢰에 가격경쟁력까지 확보… 중기에 B2C시장 문 활짝<br>1위 홈쇼핑채널 QVC서 소비재 한류 바람몰이… 메이저 기업에 직수출도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현지 유통 컨설팅 업체인 어드벤트(Advent)사의 데이비드 김(오른쪽부터) 대표와 미 최대 홈쇼핑사 QVC의 유력벤더인 티비 세일즈 다이렉트(TV Sales Direct)사의 더글러스 던 대표, 김금자 롤팩 대표가 롤팩 직원의 진공포장백 제품 설명을 듣고 있다. /워싱턴=황정원기자


운동기구를 만드는 국내 중소업체 T사는 최근 미국 1위 홈쇼핑 채널인 QVC에 12월 방송을 예약했다. 방송결과가 좋으면 오프라인 마켓인 월마트에도 진출한다. 미용ㆍ화장품 업체인 M사도 9월에 QVC 홈쇼핑 방송에 나선다.

QVC는 미국에만 1억가구의 시청자를 두고 있는 거대 채널. 매년 전세계 2만2,000개 업체가 도전해 약 5%인 1,000여개 업체만이 론칭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해 매출은 85억달러.

QVC 첫 방송에서 성공하면 단박에 미국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알릴 수 있다. 그래서 8분짜리 방송 준비에만 6~9개월의 시간이 걸릴 정도다. 국내 중소ㆍ중견업체 중 한경희생활과학과 락앤락 정도만이 QVC 히트상품으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QVC 한류'를 이어가는 중소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서울경제신문 취재진과 만난 QVC의 유력 벤더인 티비 세일즈 다이렉트(TV Sales Direct)사의 더글러스 던 대표는 "QVC 내부에서도 한국 제품의 품질은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좋다(High Quality)고 인정한다"며 "개성 있는 제품도 많은 한국 기업과의 거래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브랜드 위상 우뚝=한미 FTA를 계기로 미국 현지에서는 "판매 준비가 완료됐다"며 "서둘러 제품을 보내달라"는 바이어들의 요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이 쌓아놓은 신뢰도에 관세철폐를 통한 가격경쟁력이 확보되면서 '코리아 브랜드'를 찾는 미국 바이어들이 많아진 것.

진공포장백 업체인 롤팩의 김금자 대표는 "기존에는 미국이라면 괜히 주눅이 들었는데 한미 FTA를 통해 국가 간 동일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FTA 효과도 하나둘 가시화되고 있다. 미술용품인 디자인 마커를 수출하는 알파색채는 보수적인 미국 미술재료시장에서 'Dick Blick, Notions, Michael's, AC Moore' 등 수천개의 매장을 가진 현지 주류 유통망들과 40만달러 초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한국에 대한 인지도 상승이 기업 이미지를 끌어올린 덕이다. 알파색채는 주력상품인 미술물감을 론칭해 내년에 400만~500만달러의 수출을 기대하고 있다.



박윤식 조지워싱턴대학 교수는 "발효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상대적으로 한미 FTA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진 것이 큰 이점"이라며 "중소기업들이 여러 품목에 진입해 경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소비재로 승부한다=우리나라의 미국 수출 주력 품목을 살펴보면 1970~1980년대 가방ㆍ신발ㆍ의류ㆍ가죽 등의 소비재(B2C) 제품에서 1990년대 이후에는 반도체와 자동차부품 등 B2B 제품으로 변화했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와 같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명함을 내밀기 어려웠던 것. 하지만 한미 FTA는 다시 국내 중소기업들에 B2C 시장의 문을 활짝 열어 제치고 있다.

소형 공기청정기를 독일ㆍ일본ㆍ중국 등 30여개국에 수출하는 에어비타의 이길순 대표는 "미국은 10년을 준비했지만 아직 시장 진입을 못했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홈쇼핑을 중심으로 파고드는 전략을 세웠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휴대용 피부관리기 업체 파이온텍의 김태곤 대표도 "미국 인증은 이미 받아놨고 어떻게 시장에 진출해야 할지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정승화 하이트론 솔루션(Hitron Solution) 대표는 "우리는 1달러를 갖고 경쟁하는데 관세인하로 해볼 만하다"고 밝게 웃었다.

◇미국 대기업에 직수출 추진=한미 FTA로 대기업 수출이 늘어나면서 국내 중소 납품업체들도 자연스레 바빠지고 있다. 국내 대기업 외에 미국 메이저 기업들에 직수출을 타진하고 있어서다. 자동차부품의 경우 한미 FTA 발효로 2.5~4%의 관세가 즉시 없어진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자동차 브레이크 디스크를 제조하는 남양공업의 남종승 상무는 "현재 한국에서 미국 영업을 하고 있는데 미국 현지사무소 개설도 검토 중"이라며 "크라이슬러 등 추가 거래선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자동차 전장부품 K사 대표도 "FTA 발효 후 수주증가로 간접수출이 늘어난다 하더라도 (국내에서는) 단가를 보장 받을 수 없다"면서 "자동차 박람회에 참가해 현대ㆍ기아차에 납품한 실적을 바탕으로 직수출 개척을 추진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미국 로펌 Esq 대표인 박해찬 변호사는 "아시아권에서 처음으로 미국과 FTA를 체결한 것을 일본이나 중국 등의 경쟁국이 따라오기 전에 잘 활용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우리가 진입하지 못했던 시장을 열 수 있다는 기대가 높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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