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상반기 재정집행 규모 목표치 상향 조정이 지표경기와 체감경기의 괴리를 의미하는 경기 '디커플링(탈동조화)'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조삼모사식 재정 조기집행 카드를 꺼내들기보다는 기업의 유보금을 투자에 쏟아부을 수 있도록 규제완화와 내수회복에 좀 더 역점을 두는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각종 지표상 경기는 호전되고 있지만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는 신통치 못한 실정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경제전망 수정치에 맞춰 분석한 고용가중성장률은 3.6%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4.0%에 미치지 못한다. 성장률과 고용가중성장률 간 격차는 0.4%포인트로 지난 2011년의 0.8%포인트 이후 가장 크다. 지표경기와 체감경기 간 차이의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도입한 고용가중성장률에 비춰보면 올해 비교적 높은 4.0%의 성장률을 기록하더라도 성장의 온기가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미치지는 못한다는 것을 말한다. 한은도 이런 점을 우려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 GDP 산정 기준을 변경하는 바람에 성장률이 0.2%포인트 상향 조정되기도 했다.
고용시장도 지표만 보면 완연한 회복세다. 통계청의 3월 고용동향에서 드러난 3월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64만9,000명 늘었다. 1월 증가폭 70만5,000명과 2월 83만5,000명을 비교하면 증가폭은 다소 둔화됐지만 기본적으로 60만명 고용시대가 이어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단순 취업자 증가를 전반적인 고용시장 회복세로 평가하기에는 무리라는 분석이 많다. 시간제 일자리 등의 증가로 고용의 질이 하락함에도 통계에는 내용이 반영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업과 금융권은 지난달부터 대대적인 감원에 들어가 지표와 체감 고용상황은 완전히 딴판이다.
실제 체감경기의 경우 호재보다는 악재가 많다. 우선 자영업의 경기는 바닥을 치고 있고 가계는 1,000조원이 넘는 빚에 허덕이는 실정이다. 금융권을 중심으로 한 인력감축 태풍은 타 업종으로까지 확산될 태세이며 기업들은 지표와 상관없이 인력 구조조정과 함께 유보금을 늘리며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기업투자 축소와 가계소비 위축이 더 뚜렷해질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또 한은의 소비자동향 조사에서 드러난 소비자심리지수(CSI)는 3월 108로 2월과 같았지만 6개월 전과 비교해 주머니 사정을 나타내는 현재생활형편지수는 91로 2포인트 하락했다. 취업기회전망 CSI는 96이었다. 100을 기준으로 높으면 낙관적으로 보는 소비자가 그렇지 않은 이보다 많다는 뜻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경제상황은 낙관적으로 보지만 지금 현재의 주머니 사정과 취업상황은 좋지 못하다는 분석이 가능한 셈이다. 한 국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체감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느끼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느냐"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크게 불어난 기업의 저축이 임금 등으로 분산될 수 있게 가계경기를 호전시켜 경제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즉 재정집행 규모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투입된 재정이 효과적으로 시장에서 발휘되려면 규제완화와 내수진작 같은 근본적인 경기활성화 정책이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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