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해외 채권형 펀드 시장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기존에는 미국 하이일드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들이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최근에는 글로벌 분산 전략을 사용하는 글로벌 채권 펀드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 불안한 투자심리 때문에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상품을 찾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4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 들어 글로벌 채권 펀드에 5,421억원(3일 기준)이 순유입돼 해외 채권형 펀드들 중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됐고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 펀드에서는 7,309억원이 빠져나갔다.
개별 펀드 가운데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글로벌다이나믹펀드'가 3,537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아 가장 많았고 얼라이언스번스틴운용의 'AB유럽펀드(299억원)'와 삼성자산운용의 '삼성글로벌전략적분산채권펀드(138억원)'의 자금유입도 많았다.
글로벌 채권 펀드는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 펀드나 국가·지역별 채권 펀드와 달리 미국 등 선진국 국·공채는 물론 신용채, 주택저당증권, 하이일드 채권 등 여러 섹터와 국가에 다양하게 투자한다. 예를 들어 재간접 펀드인 '삼성글로벌전략적분산채권펀드'는 모펀드 자산 중 30% 가까이를 미국주택저당증권(US Agency MBS)에 투자하고 미국 국채는 5% 정도, 선진국 국채에는 10% 정도를 투자한다. 아울러 신용등급별로 Aaa 등급에 40% 가까이 투자하면서 Baa 이하 등급의 채권에도 50% 이상 투자하고 있다. 미국이나 선진국 국채 투자를 통해 안정성을 확보하면서 하이일드 채권에도 함께 투자해 수익률을 높이는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다.
삼성자산운용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 설정된 해외 채권형 펀드는 미국 하이일드, 아시아 국·공채 등 지역이나 투자 채권의 종류가 고정된 펀드들이 대부분"이라며 "삼성글로벌전략적분산채권펀드는 다양한 채권자산에 분산 투자해 단일 채권자산 투자에 비해 위험조정수익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채권에 분산 투자하는 글로벌 채권 펀드들은 최근 커지고 있는 글로벌 시장의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내고 있다. 얼라이언스번스틴운용의 'AB유럽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2.39%,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글로벌다이나믹펀드'는 1.64%의 수익률을 내고 있다. 특히 장기 운용성과가 뛰어나다. 국내에서 운용 중인 글로벌 채권 펀드들의 설정 후 평균 수익률은 16%가량으로 20% 정도인 글로벌하이일드 채권 펀드와 비교해서도 별 차이가 없다. 반면 변동성은 낮다. 글로벌 채권 펀드의 변동성은 3% 정도지만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 펀드의 경우 4%를 웃돌고 신흥국 채권 펀드는 6%를 넘기도 한다.
김진하 미래에셋자산운용 상무는 "역사적으로 글로벌 채권 펀드의 경우 변동성은 2~3% 정도지만 하이일드는 4~5%가량"이라며 "적은 리스크 부담으로 추가적인 수익률을 올리려는 최근의 투자 트렌드에 부합하는 상품"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채권 펀드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채권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데다 올해 안으로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대형 이벤트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미국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채권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자산분배 전략을 사용하는 상품의 수요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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