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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청약통장과 복권
입력2002-11-18 00:00:00
수정
2002.11.18 00:00:00
청약통장은 오랜 동안 집 없는 서민들의 희망이었다. 그런 청약통장이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신규 아파트의 공급은 반대로 크게 줄고 있다. 서울 및 수도권의 경우 1년에 신규 아파트 공급은 1만 여 가구 정도다. 그런데 청약통장 가입자는 100만 명 이상이 늘고 있다. 때문에 청약통장 당첨확률은 1%도 안될 지경이다. 이는 곧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부 사이버 공간에서는 "청약통장을 불살라 버리자"는 제안까지 나왔다고 한다. 아파트 값은 치솟고 청약통장 마저 무용지물로 전락하자 건설 당국 앞마당에 청약통장을 쌓아놓고 불질러 버리자는 분노의 목소리로 들린다. 청약통장 가입자 500만명 돌파 아파트 청약권이 주어지는 청약통장의 가입자 수가 무려 500만 명을 돌파했다. 금융결제원이 밝힌 바에 따르면 10월 말 현재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507만 여명이라고 한다. 전체 인구 9명당 1명 꼴로 청약통장을 가진 셈이다. 1순위자 역시 189만 여 명으로 급증했다. 지난 99년 말 160만 명에 불과했던 청약통장 가입자는 2000년 말 379만 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그리고 지난해는 374만 명으로 소폭 감소했다가 올들어 다시 폭발적 증가세를 나타냈다. 아파트 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열풍이 불면서 연초 보다 114만 여 명이나 늘어난 것이다. 그런데도 신규 아파트 공급은 오히려 줄고 있다. 특히 서울의 경우 1년 내내 공급되는 신규 아파트 수는 1만여 가구 내외 밖에 안 된다. 당첨 확률이 1%도 안될 정도다. 따라서 '청약통장 무용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청약통장이 복권으로 전락 어느새 청약통장은 '복권'정도로 전락했다. 시중에서는 동시분양을 통한 신규 아파트 당첨을 '복권당첨'이란 말로 표현된다. 강남 같은 인기지역 동시분양의 경우 보통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으니 이런 말이 나올 법 하다. 한 부동산 정보회사에 따르면 지난해 7% 수준이던 서울지역 동시분양 아파트의 당첨확률이 올 들어 1.6%까지 낮아졌다. 이는 올해 동시분양으로 공급된 아파트가 10월말까지 1만957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7,916가구 보다 63%나 줄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서울 등 수도권의 택지난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아파트 신규분양 물량 자체가 줄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청약통장의 가치도 그만큼 떨어지고 있다. 이는 당국의 단세포적인 정책 때문이다. 신규아파트 공급대책도 없이 당국은 1인 1 청약통장 갖기를 권장, 청약통장 자체를 복권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규제 보다 공급확대에 진력해야 한다 경제에서 재화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좌우될 수 밖에 없다. 현행 주택수요 억제를 통한 부동산 가격안정화 정책은 일시적 부동산 과열은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큰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많다. 주택건설 부진은 미래의 주택공급 감소로 나타난다. 이는 곧 주택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은 기본적으로 주택공급의 부족에서 기인함에 유의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부동산 가격 억제정책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고 택지공급 확대 및 신도시 건설과 같은 주택공급 확대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서민들이 애지중지 하는 청약통장도 빛을 발할 수 있다. 당국이 서민들의 꿈을 꺾어서는 안 된다. 당국의 긴 안목의 정책을 고대해 본다.
신정섭<건설부동산부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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