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의 외환은행 인수가 완료된 가운데 두 은행의 급여 수준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화학적 통합을 위한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공시자료를 보면 외환은행 직원의 1인당 평균 급여(지난해 3ㆍ4분기 기준)는 하나은행의 1.36배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수차례 외환은행에 대한 연봉삭감 및 구조조정은 없다고 공언했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두 은행 간 급여 차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외환 노조 달래기에만 급급할 경우 하나금융으로서는 내부적으로 분출하는 임금 인상 요구와 맞닥뜨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신한은행의 조흥은행 인수 때와는 달리 피인수 기업의 급여가 더 높다는 점은 해법 마련을 어렵게 하는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의식한 탓인지 윤용로 외환은행장은 1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급여 문제도 노조와 논의 중인 포괄적 의제 가운데 하나"라며 말을 아꼈다.
◇쟁점으로 정면 부상한 급여 차=하나금융과 외환은행 간의 해결해야 할 문제를 빙산에 비유한다면 급여 이슈는 물 밑에 잠복한 빙산의 본체에 가깝다. 외환노조가 초지일관 주장하는 게 인사ㆍ재무 등을 별개로 가져가는 독립경영인데 독립경영의 요체이자 결코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 바로 급여체계인 탓이다.
문제는 외환은행의 급여 수준이 은행 중 최고인 데 반해 하나은행은 가장 낮다는 점.
금감원에 따르면 외환은행의 급여는 6개 주요 은행 가운데 최고인 5,170만원(지난해 3ㆍ4분기 기준)으로, 하나은행(3,800만원)의 1.36배에 달한다. 지난 2010년과 2009년 외환은행의 급여는 각각 5,800만원과 6,200만원으로 하나은행의 1.16배와 1.29배였다. 이 수치도 특별 상여금 등 부정기적인 급여를 뺀 것이다. 이런 차는 론스타가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후 내부 반발 무마 등을 목적으로 급여를 대폭 올린 것도 한몫했다. 두 은행 간 급여 키 맞추기가 쉽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
◇김 회장의 약속, 부담될 수도=하나금융 입장에서 급여 문제는 아킬레스건이다.
외환은행의 급여를 동결하면 하나은행 직원들의 심리적 박탈감을 달랠 현실적 방안을 내놓아야 하고 급여를 깎을 경우에는 노조의 거센 반발은 물론이거니와 김 회장이 식언을 했다는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 윤 행장도 급여와 관련한 질문에 극도로 신중히 반응했다. 그는 '김 회장의 연봉 관련 발언이 유효한가'라는 질문에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확답을 피했다. 말 그대로 원론적인 답변이지만 연봉 삭감 가능성을 열어 놓으려는 군불 지피기로 비쳐질 여지도 있어 보인다.
◇은행권 "화학적 결합 쉽지 않을 것"=하나은행 내부에서는 외환은행의 상여금을 줄이면 급여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는 말도 나온다. 이에 대해 외환 노조 측은 "특별 상여금을 제외한 보너스는 모두 노사 단체협약에 따른 것"이라며 "하나금융 쪽에서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두 조직 간의 화학적 융합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예전에 신한은행이 조흥은행을 인수했을 때에는 조흥은행의 급여가 더 낮아서 별 다른 거부반응이 없었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반대라 진통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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