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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4인용 식탁’

낯선 사람들의 과거에 함몰되어 살아가는 외로운 여자와 어느날 갑자기 귀신이 보이기 시작해 두려운 남자. 둘에 얽힌 비밀을 따라가는 영화 `4인용 식탁`은 공포영화 라기 보다는 미스터리 심리극에 가깝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정원(박신양 분)은 조명 디자이너 희은(유선 분)과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 하지만 지하철에서 낯선 아이들의 죽음을 목격한 뒤부터 평범했던 하루가 공포로 변한다. 신혼 집에 마련된 `4인용 식탁`에 아이들의 유령이 출몰하기 때문이다. 느닷없이 쓰러지는 `기면증`을 앓는 연(전지현 분)이 정원과 만나면서 서로의 불안은 더욱 증폭된다. 정원의 집 근처에서 쓰러졌다 눈을 뜬 연은 남자의 일상을 다시 뒤흔들고 만다. 연은 자신을 구해준 정원에게 “잠든 아이들, 방으로 옮기셔야 겠어요.”라는 인사를 남긴다. `4인용 식탁`은 가족 사이에서도 `믿음`이 단절된 현대인의 불안감에 주목한 영화다. 위태로워 보이는 `고층 아파트`와 늘 무너지는 `건설 현장`의 존재처럼, 믿음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상처와 두려움이 영화가 주목하는 시선이다. `4인용 식탁`은 `일상`과 `화목`을 대표하는 상징이지만, 영화에서는 오히려 그런 덕목들이 사라진 현대 가정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는 게 연출자의 변이다. 하지만 신예 이수연 감독의 이런 바람은 영화 전체에 녹아 들지 못하고 혼자 겉돌고 있어 안타깝다. 영화는 깊이 고민되지 못한 흔적을 어쩔 수 없이 드러내며 각 주제들을 표피에만 늘어놓은 채 좀처럼 핵심부로 향하지 못한다. 기면증을 앓는 여자 `연`은 원래 30대 초ㆍ중반으로 설정된 역. 무리수가 있음을 알면서도 자청해 출연한 전지현이었지만, 새로운 인물 창조에는 무척 버거워하는 모습이었다. <김희원기자 heew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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