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잇따른 인재(人災)를 다시 겪지 않으려면 사회적 이슈를 내 가족의 일처럼 챙기는 마인드를 키워야 합니다. 기업에서도 마찬가지로 구성원들의 주인의식이 중요합니다."
조 카이저(사진) 지멘스그룹 회장은 2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스마트혁신포럼 주최 강연에서 현시점에서 한국이 방점을 찍어야 할 키워드로 '주인의식'을 꼽았다. 그는 최근 판교 공연장 사고 등 법과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한국 문화와 관련해 "규율을 강화하기보다는 창의성과 자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며 "특히 젊은이들에게 기업과 사회를 내 가족, 내 아이의 일처럼 직접 챙기는 마인드를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이저 회장은 기업에서도 이 같은 주인의식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멘스의 경우 지분참여제도를 통해 전세계 36만명 직원 중 14만명이 지분을 갖고 있으며 이를 오는 2020년까지 20만명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지분참여제도를 '미래를 위한 자본'이라고 표현한 카이저 회장은 이 같은 방식으로 기업 구성원들에게 주인의식을 갖도록 해야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가족경영 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의 관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가족기업은 자연스럽게 다음 세대의 이익과 장기적·지속가능한 발전에 관심을 갖게 된다"며 가족기업의 장점을 강조했다.
카이저 회장은 한국 경제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디지털화를 통한 제조업 혁신에 매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은 교육 수준이 높고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 중 두 곳을 갖고 있는데다 스마트폰 강국"이라며 "장기적인 성공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카이저 회장은 이어 "한국은 이미 상당한 수준의 산업화를 이뤘지만 현실에 안주하기보다 이제는 새로운 산업화 세대를 육성해야 할 때"라며 "마지막 메가 트렌드인 디지털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은 디지털 시대를 맞아 제조업 혁신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인더스트리 4.0'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를 벤치마킹해 스마트 공장을 확대하는 내용의 '제조업 혁신 3.0' 정책을 펴고 있다. 카이저 회장은 "인더스트리 4.0은 단순히 공장 자동화가 아니라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결론을 찾는 과정에서 수율을 높이고 생산성을 30~40% 높이려는 시도"라며 "한국의 제조업 혁신을 비롯해 남북통일과 관련해서도 지멘스는 파트너가 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카이저 회장은 전날인 20일 입국해 정홍원 국무총리와 면담 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상호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삼성과 지멘스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풍력발전단지 건설사업과 싱가포르 화력발전 사업 등에서 협력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는 헬스케어 분야에 대한 협력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멘스는 세계 3대 의료 기기 업체 중 하나이며 삼성도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헬스케어 사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카이저 회장은 "고객사와의 대화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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