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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절대적 강자다. 수년째 세계 1ㆍ2위를 유지하고 있고 양사 통합 점유율도 50%에 육박한다. 디스플레이와 2차전지 등에서도 삼성과 LG가 세계 시장의 강자로 자리잡았고 자동차 역시 현대ㆍ기아자동차가 일본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하지만 부품ㆍ소재로 가면 사정이 달라진다. 일본이 세계 시장을 압도하고 있어 한국의 세계 1등 제품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이 일본산 부품ㆍ소재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반도체 재료인 감광성수지(포토레지스터)의 경우 일본 제품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무려 99%에 이를 정도다.
20일 포스코경영연구소는 최근 '일본은 어떻게 소재강국이 되었나'라는 보고서에서 일본이 조립ㆍ가공에서는 한국에 밀렸지만 부품ㆍ소재는 일본이 없으면 전세계 전자산업이 멈춰 설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 같은 한계를 타개하기 위해 삼성ㆍLGㆍ현대차 등이 잇따라 소재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삼성그룹은 범계열사를 한데 묶은 전자소재연구단지를 조성해 이달 초 가동에 들어갔고 LG와 현대차 등도 소재산업 투자확대에 나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휴대폰ㆍTVㆍ자동차 등에서는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1등 제품들이 즐비하지만 소재 부문에서는 일본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일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소재산업 육성 노력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포스코경영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소재산업에서 일본 기업들은 강소기업을 중심으로 압도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액정편광판 보호필름, 반도체 포토레지스터, 리튬이온전지 등 4대 소재의 경우 일본산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절대우위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액정편광판 보호필름의 경우 일본산 점유율이 100%로 삼성ㆍLG 등 우리 기업이 전적으로 일본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일본산 부품ㆍ소재 없이는 한국의 1등 산업도 위태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박용삼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일본의 경우 세계 시장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소재ㆍ부품이 상당수"라며 "조립ㆍ가공에서 한국ㆍ중국에 밀리지만 소재는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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