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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질 듯하던 산은금융지주 민영화에 다시 불이 지펴졌다. 이번에는 인수합병(M&A) 카드가 아닌 기업공개(IPO)를 통한 지분매각이다.
기존의 우리금융지주와 같은 대형 금융기관을 인수한 뒤 'IPO→지분매각'의 방식을 바꿔 IPO를 먼저 한 뒤 단계적으로 지분을 매각해 민영화하겠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의 뚝심으로 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올해 대통령 선거를 앞둔 마당에 민영화를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포석을 미리 깔아놓자는 의지라는 해석도 많다. 올해 민영화의 단계를 어느 정도 진행하지 않을 경우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산은지주의 민영화가 물 건너 갈 수 있다는 전망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우리금융 민영화 당시 유발했던 혼란들이 다시 한 번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상당하다.
◇강만수 회장의 뚝심…속도 내는 IPO=산은금융의 IPO는 예견됐던 부분이다. 정부가 중기재정운용계획을 세우면서 올해 산은금융 지분 10%를 매각해 올해 9,000억원을 회수하고 오는 2014년까지 단계적인 지분매각으로 각각 2조6,000억원, 6조6,000억원의 회수 방침을 정했는데 여기에는 IPO가 밑바닥에 깔려 있다. 우리금융 인수 등을 통해 기업가치를 최대한 높인 뒤 제값을 받으려 했던 정부이지만 M&A 무산 뒤 방향을 바꿔 IPO를 먼저 카드로 제시한 셈이다. 강 회장은 "글로벌 투자은행 등에 의사를 타진해봤더니 참여의사가 높았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강 회장은 5일 기자 간담회에서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확실히 이야기했다. 정부 당국 방침에 따라 IPO를 충실히 추진하겠다"면서 "올 4ㆍ4분기에 종결이 될 수 있도록 준비를 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IPO를 통해 지분 몇%를 정리할지에 대해서는 "정부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도 했다. 산은금융은 충분히 준비가 돼 있는 만큼 정부가 결정하라는 얘기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정부의 민영화 스케줄상 지분매각 순서가 10%, 30%, 60%로 돼 있지만 이는 일반적인 스케줄"이라면서 "시장이 좋고 나쁜 것과 상관 없이 10~30% 정도는 국내 투자자가 충분히 소화할 수 있고 어떤 경우도 지분매각 자체는 어렵지 않다"고 강조했다.
◇변수 많아 혼란만 커질 수도=문제는 IPO까지 변수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주식시장이 침체한 탓에 산은금융이 제값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상장된 금융기관 가운데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약 0.5배에 그치는 곳이 수두룩하다. 자산을 모두 판 금액이 시가총액보다 큰 금융사가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윤만호 산은금융 부사장은 "공모가격은 시장에서 정해지는 것이다. 예상가도 산출해보지 않았다. PBR가 낮은 상황이라 평균보다는 더 받아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민간기업의 IPO가 보통 10개월 정도 걸리는데 국책기관인 산은금융의 경우에는 정부와 협의, 국회 동의 등 절차가 복잡해 올해 4ㆍ4분기라는 목표가 빠듯하다.
여기에다 총선이나 대선 등도 변수다. IPO를 서두르다가 자칫하면 우리금융지주 M&A 때처럼 정치적 논란만 확산시키다가 무위로 끝날 수도 있다. 금융 당국 관계자가 "올해 IPO가 추진계획에 포함돼 있지만 시장 상황 등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실질적인 민영화에 따라 맛보기 정도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배경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100% 확신에 따른 추진이라기보다는 여러 요인을 고려한 맛보기 수준이 아니냐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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