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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조세체계 간소화의 걸림돌

李晩雨 고려대 경영대교수·세제발전심의위원얼마전 미국계 기업의 한국지사에 근무하는 졸업생이 찾아와서 우리나라 조세 체계에 대한 울분을 토로한 일이 있었다. 새로 부임한 미국인 지사장의 자가용 승용차를 구입하려고 견적서를 받았는데 세금이 7가지나 되는데 놀란 지사장을 설득시키느라 혼쭐이 났다는 것이었다. 승용차 한 대를 구입하려면 특별소비세, 특별소비세에 덧붙여지는 교육세, 부가가치세, 취득세, 취득세에 덧붙여지는 농어촌특별세, 등록세, 등록세에 덧붙여지는 교육세등 무려 7가지의 세금이 부과된다. 간단히 판매세 하나만 물면 그만인 미국인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조세체계인 것이다. 이와같이 복잡한 조세체계는 기업활동에 불편을 주는 장애로 느껴질 것이며 이는 우리나라의 경제제도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우리나라 조세체계는 세금의 종목이 너무 많고 과세대상이 서로 중복되어 있어 매우 복잡하다. 현행 조세체계는 국세 17세목과 지방세 15세목을 합하여 32개의 세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국세중에 교육세, 교통세, 농어촌특별세는 특정한 사업에 사용하도록 꼬리표를 달아 놓은 목적세에 속한다. 목적세는 독립적인 과세대상이 없이 다른 세목에 덧붙여 씌우는 부가세 방식을 취하고 있다. 소득세는 개인소득을, 법인세는 법인소득을, 상속세는 상속재산을, 부가가치세는 공급되는 재화나 용역의 부가가치를 과세대상으로 명확하게 지목하고 있다. 그러나 목적세인 교육세, 교통세, 농어촌특별세는 과세대상이 아닌 사용 목적에 따라 세금 이름을 정하고 있다. 정부가 과세대상에 따라 한꺼번에 세금을 거두어 들이고 예산편성 과정에서 재원을 적절히 배분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다. 그러나 목적세의 경우에는 미리 사용목적을 정해놓고 세금을 거두어서 돈을 따로 관리하는 비능률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같은 목적세가 전체 조세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매년 증가되고 있어서 전체 세수의 20%에 육박하고 있는데 이는 어느나라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현상이다. 목적세 중에서 교육세는 교육재정 확충 재원을, 교통세는 도로 및 교통시설의 확충 재원을, 그리고 농어촌특별세는 농어촌지역 개발사업이 소요되는 재원을 마련하기 위하여 운영되고 있다. 이와 같은 목적세는 과거 정권의 구호행정 및 선심성 선거공약으로 신설된 것이다. 농어촌특별세의 경우 「쌀시장 개방불가」라는 당초 실현이 불가능했던 눈가림성 선거공약을 주워담기 위하여 다급하게 신설한 것으로서 그 체계가 불합리하기 짝이 없다. 특히 조세감면규제법에 의해 세금을 감면해주는 항목에 대해 뒷통수치기 식으로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당초 80%만 감면하면 될 것을 전액 감면하도록 정한 다음 감면한 금액의 20%를 농어촌특별세로 받아내는 변덕스러운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복잡한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납세자들은 무거운 가산세까지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재정경제부는 이와같은 목적세를 덧붙이기의 대상이 되었던 본세에 통합시켜 징수하고 목적세 관리를 위한 특별회계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조세체계 간소화에 따른 세법 및 특별회계법 등의 조정에 관한 법률」이라는 긴 이름의 임시조치법의 제정을 추진하고 있으나 목적세 수혜부서의 반대의 돌부리에 부딪혀 진척시키지 못하고 있다. 목적세 중에서 교육세는 교육부, 교통세는 건설교통부, 그리고 농어촌특별세는 농림부가 사업재원을 마련하는 황금어장이다. 그러나 목적세에 의하여 쉽사리 재원을 마련한 사업분야에서는 예산운영의 비능률이 따르기 마련이다. 과거 정권에서 대표적인 실패사례는 SOC사업, 농어촌 개발지원사업, 교육사업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재정 수입을 책임지는 세제당국과 재정지출 계획을 책임지는 예산당국의 기능은 엄정하게 구분되어야 한다. 세제당국은 어떤 항목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따질 필요가 없이 형평성을 유지하면서도 경제성이 높은 세제를 운영하여 재정운영에 소요되는 재원을 조달해야 한다. 예산당국은 국민의 혈세로 마련된 재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집행하도록 이끌어 나가야 한다. 세금을 거두는 단계에서 특정목적에 사용하도록 미리 꼬리표를 달게되면 기득권이 확보된 사업분야에는 돈이 넘쳐나는 반면 실업대책, 복지대책 및 중소기업지원 등의 현안 과제는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농림부, 교육부 및 건설교통부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추진해야할 장기과제가 산적해 있는데 당연히 들어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던 목적세에 의한 특별회계자금이 끊긴다면 큰 난관에 부딪치게 될 것이다. 이와같은 목적세 사용부처의 입장도 존중하여 2년 또는 3년간의 경과기간 동안에는 목적세 세수에 상당하는 조세수입을 관련 특별회계자금을 사용해온 부처에 귀속되도록 하는 절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조세체계의 간소화는 세제의 선진화를 위한 국가적 개혁과제이다. 목적세 수혜대상 부처에서는 보다 넓은 안목을 가지고 대승적 자세를 견지하여 알기 쉽고 경제적인 세제를 만들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할 것이다. <대/입/합/격/자/발/표 700-2300,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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