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IMF 1년] 금융 이렇게 변해야 산다
입력1998-11-24 00:00:00
수정
1998.11.24 00:00:00
『금융기관이 바뀌려면 경영자부터 바뀌어야 한다』『관치금융과 연고주의에 찌든 사고방식을 갖고서는 참다운 구조조정이란 나무 위에서 물고기를 구하는 것과 같다』국내외 금융전문가들은 이제 출발선에 선 금융구조조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금융관행과 사고방식을 깨는, 최고경영자의 자세변화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한결같이 지적한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아래 정부의 재정지원과 부실금융기관의 퇴출을 통해 일단 부실을 어느정도 정리했지만 새로운 건설작업을 주도해야 할 금융기관의 최고경영진들이 과거의 관행을 불식하고 새 관행을 창조·정착시키지 못할 경우 또다른 부실사례가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존 다스워스 국제통화기금(IMF)서울사무소장은 금융구조조정은 이제 출발선에 있다면서 『은행권 구조조정에는 자기자본 개선과 같은 외형적 개혁과 행동·사고방식 등 내부개혁의 두 가지가 있다. 사고방식과 행동양식 관행을 바꾸기란 쉽지않고 아직도 미흡한 상황이다』고 진단했다.
다스워스 소장이 구체적으로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이 관치금융과 연고주의라는 오랜 습관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반증이 적지 않은게 현실이다.
최고 경영자인 은행장을 선임할 때마다 후보군을 둘러싸고 정치세력 지원설과 각종 연줄이 주요 선임배경으로 거론된다. 이같은 루머가 모두 사실은 아니겠지만 정치권의 입김과 학연, 지연등이 지적되는 배경에는 은행을 전리품으로 생각하는 사고방식, 각종 연고를 자기 영달을 위해 이용하려는 은행 경영진들의 의식이 변하지 않았음을 반증한다는 분석이 많다.
전문가들이 최고경영진에게 요청하는 사고와 행동방식은 의외로 간단하다.
정해왕(丁海旺) 금융연구원장은 『금융기관의 경영진들이 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경영에 임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丁원장은 『기관이 아닌 기업으로서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도록 주변여건을 만들어 주고 최고경영진들도 이같은 여건을 만들어나가는데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진술(朱鎭述) 바크레이즈캐피탈증권 서울지점장은 『완전개방된 금융환경에서는 최고경영진들이 역량에 따라 금융기관의 운명이 좌우된다』면서 『적자생존의 시장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자들이 경영철학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주들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자신의 어깨위에 기업의 운명이 달려있다고 생각한다면 연고주의가 자리잡기 힘들게 분명하다.
정경유착 관치금융으로 표현되는 부패구조와 연고주의는 금융기관의 내장속에 깊숙이 퍼져있다.
모은행의 부장은 은행들이 변화하고 있지 않는냐는 질문에 대해 고개부터 저었다. 본인도 마찬가지지만, 경영진들이 수십년 뿌리박힌 관행을 바꾸는 행동을 취하기는 생각과 달리 쉽지않은 일이라고 자탄했다.
丁원장과 朱지점장은 첨단정보산업으로 금융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인재를 양성하는게 긴요하다고 입을 모아 지적했다. 그러나 뿌리깊은 연고주의와 권위주의로 이마저 쉽지않은 상황이다.
조건부 승인은행들의 대규모 감원때 인사부, 종기부, 여신기획부 등 후선인력은 대부분 살아남았다.
모은행 관계자는 『후선지원부서의 인력이 살아남은 것은 중앙집중적인 일본식 권위주의의 잔재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증거』라며 『빽이 있거나 같이 근무했다는 인연에 힘입어 요직을 돌아가며 경력을 관리하지만 정작 전문지식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 소위 잘 나간다는 금융인들의 실상이다』고 진단했다.
외국금융기관들은 전문성을 갖추면 한가지 업무에 15~20년씩 근무하는 상황이다. 이런 판에 「나눠먹기」식 인사로 경력 관리에나 힘쓰는 우리 금융인들이 제대로 경쟁력을 갖추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외국인들의 눈에는 우리 금융기관이 변해야 할 부문이 부지기수다.
금융전산망 관련업무를 하는 모 외국계회사의 직원은 「금융기관장」들의 사무실 규모를 문제삼았다. 수백억달러의 자산가인 미국내 모회사 회장방 크기가 1평 정도인데 수십평을 웃도는 국내 금융기관장들의 사무실을 봤을 때 『수익성 개념은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국내 은행들의 전산망도 계정별 입출금 내역과 잔액정도 확인할 수 있는 구멍가게 수준이어서 자산·부채의 거래내역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선진 금융기관 수준으로 발전하기까지는 아직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물론 이들은 우리나라 금융의 장래를 어둡게만 보지 않는다. 금융인들의 기본 자질이 뛰어나기 때문에 정부가 건전성 감독에 대한 규제는 강화하되 금융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경영진들이 환골탈태해 시스템을 갖추면서 인재를 양성할 경우, 가까운 시일아래 국제금융계가 인정할만큼 잠재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창환 기자】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