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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업체 “땅팔자” 안간힘/미분양 사태 금융비용만 부담
입력1997-05-16 00:00:00
수정
1997.05.16 00:00:00
정두환 기자
◎비수도권지역에 매물 홍수/2∼3년내 주택수급차질 우려도최근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의 아파트가 분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주택건설업체들이 보유하던 땅을 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또 대형 주택업체들도 올들어 신규 사업부지 확보를 자제하고 있어 앞으로 주택공급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 사업부지 매각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는 업체들은 주로 중견업체들과 소형업체들. 지난해초 연대보증사의 부도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은 충북의 S사는 창원에 보유하고 있던 사업부지 매각에 나섰다.
그러나 매각을 추진한지 1년이 가깝도록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다가 최근에야 이를 다른 주택업체에 매각, 한숨을 돌렸다.
충남지역의 D사도 아파트를 짓기 위해 샀던 경기도 남양주의 땅 2만여평에 대한 사업을 미루다가 최근 또다른 주택업체인 D사에 매각했다.
S사와 D사의 경우 사정은 나은 편이다. 상당수 중소업체들이 아파트 사업부지를 팔기 위해 내놓았으나 이를 사려는 업체는 거의 없어 부지 매입에 따른 은행이자 등 비용만 까먹고 있는 실정이다.
대형업체인 H사의 경우 중소주택업체들로부터 부지매입 의뢰가 종종 들어오고 있지만 이들 부지 중 대부분이 사업성이 낮아 실제로 매입계약을 체결한 사례는 단 한건도 없다.
서울지역 중소주택업체인 M사 관계자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사업을 하려 하지만 마땅한 땅이 없어 일손을 놓고 있다』며 『그나마 우리는 보유부지가 없어 차라리 악성미분양지역의 땅을 갖고 있는 업체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중소주택협회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중소주택업체의 부도가 미분양아파트 때문인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보유하고 있는 땅에 대한 금융비용 등을 견디지 못해 쓰러지는 업체도 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대기업들도 신규부지 매입을 자제하는 대신 관공사 수주와 자투리땅 개발, 재건축사업 등에 치중하는 분위기다.
지난 90년대초만 해도 연간 10만여평의 용지를 매입했던 선경건설은 지난해 부지 매입실적이 3만여평에 그쳤다. 이 회사는 특히 올들어서는 아직 단 한 평의 아파트사업부지 매입실적도 없으며 올해 매입계획도 2만평으로 예년에 비해 크게 낮춰잡았다.
올해 총 20만평의 부지매입계획을 갖고 있는 현대산업개발의 경우 계획물량을 채우기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6만여평의 부지를 확보한 상태지만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서의 사업을 가급적 자제하고 있는 분위기여서 용지매입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선경건설 주택사업팀의 이창렬 과장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땅을 소화하는 측면에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신규부지매입은 당장 사업시행이 가능한 땅을 위주로 찾다 보니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는 앞으로도 수도권 일대에 대규모 택지개발이 지속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한 택지구득난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2∼3년 후에는 주택업체들의 보유부지 부족으로 아파트공급 물량도 현격히 줄어 주택수급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게 업체들의 견해다.<정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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