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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된 성장 담론… 복지공약 욕심에 '황금오리' 배 가를 판

■ [선거에 휘둘리는 조세 정책] <1>법인세-20년만에 깨지는 감세기조<br>지금도 상위 10% 대기업이 세금 97% 부담<br>증세 땐 투자위축으로 일자리 감소 등 불보듯



朴·文·安 칼로 '황금오리' 배 가르나
실종된 성장 담론… 복지공약 욕심에 '황금오리' 배 가를 판■ [선거에 휘둘리는 조세 정책] 법인세-20년만에 깨지는 감세기조지금도 상위 10% 대기업이 세금 97% 부담증세 땐 투자위축으로 일자리 감소 등 불보듯

이연선기자bluedash@sed.co.kr김영필기자susopa@sed.co.kr
























복지 공약 욕심에 황금오리 배 째나...투자 북돋은 기업 감세 약속 20년만에 뒤집힐 판...

정치권이 경제민주화 입법과 맞물려 대기업 법인세 인상을 추진하면서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것이라는 우려가 산업계에 팽배하다. 전세계 경기불황이 깊어지면서 정부가 세금을 깎아서라도 기업투자를 독려해도 모자랄 형편인데 여야 공약에서 성장담론은 실종됐다는 것이다.

정치권이 당장 복지공약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욕심에 국가재정의 버팀목인 대기업에 대한 증세를 추진하다가는 오히려 ‘황금알을 낳는 오리의 배를 가르는 격’이 될 수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역시 현 정부 중반까지 법인세율을 꾸준히 떨어뜨려왔다. 지난 1994년만 해도 32%이던 법인세 최고세율은 2009년 22%까지 단계적으로 10%포인트나 낮아졌다. 법인세율 인하 추세에 제동을 건 것은 복지논란. 복지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대기업 감세를 줄여야 한다는 정치권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200억원 초과 과표구간은 최고세율(22%)를 유지하는 대신 중견기업(2억원 초과~200억원 이하)은 세율을 2%포인트 감세한 20%로 내리기로 절충했다. 하지만 ‘복지바람’은 더 거세져 올해는 아예 대기업 증세를 입법화하는 방안까지 논의되고 있다. 문민정부 출범 이후 변함없이 이어지며 기업투자 의지를 북돋았던 법인세 감세 기조가 20년 만인 내년에 뒤집힐 상황인 것이다.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1980년대 초반부터 전세계적으로 진행돼온 법인세 인하 움직임이 최근 다소 주춤하다. 안종석 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980년대와 1990년대 세율인하 경쟁 이후 2000년대부터 세계 각국의 세율이 주요 경쟁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수렴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세계 경제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는 국가는 30% 내외, 세계 경제에 많이 의존하는 소규모 개방국가는 25% 수준, 경제력이 낮은 국가는 20% 수준으로 비슷해졌다는 의미다. 여기에 각국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고려하게 되고 글로벌 경기침체로 법인세의 투자증대 효과가 떨어졌다는 점도 작용했다.

하지만 이들 선진국의 경제구조는 우리와 다르다. 산업 부문이 중소기업에서부터 중견기업ㆍ대기업에 이르기까지 균형 있게 발전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미약해 대기업이 국가성장을 주도한다. 그러다 보니 지난해 법인세 총부담액의 86%가량을 소득 상위 1%의 대기업이 부담했을 정도로 세부담 역시 대기업에 편중돼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대기업의 세부담 편중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득 상위 10% 법인들은 이미 2007년 전체 법인들이 부담한 법인세의 96%가량을 내야 했는데 이후로도 그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2010년만 제외)해 2011년에는 97.4%에 이르렀다.

그나마 현 정부 들어 기업 감세 정책을 펴왔는데도 이 정도인데 앞으로 정치권이 대기업 감세를 확정하면 대기업들의 세부담 비중은 99%선에 육박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그렇다면 소득 상위 10%의 기업 중에서도 최근 정치권에서 증세 타깃이 되고 있는 기업들은 구체적으로 얼마나 세금을 부담하고 있을까. 현재 최고세율 인상의 타깃이 되는 법인은 현행 과표를 유지할 경우 과표 500억원 초과 법인이다. 이들은 지난해 24조7,566억원(65.2%)의 법인세를 부담했다. 만약 야권 일각의 주장대로 최고세율 과표를 하향 조정해 적용범위를 확대할 경우 과표 200억원 초과 기업이 지난해 부담한 법인세 부담세액은 27조7,158억원이다. 이는 전체 법인의 73%에 이른다.

결국 법인세를 높일 경우 이미 법인세 부담을 거의 다 짊어진 대기업의 세부담이 가중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중소ㆍ중견기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기업마저 증세 기조로 투자가 위축되거나 세율이 더 낮은 국가로 생산기지를 이전할 경우 당장은 세금이 더 걷히겠지만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세수기반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기업의 투자위축은 곧 일자리와도 직결된다. 30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가 1조원 줄면 약 1만6,000개의 일자리가 없어진다. R&D 세액공제를 축소해 단기적으로 세수를 늘리기는 하겠지만 일자리가 오히려 감소하는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이다.

안 위원은 “앞으로 우리가 1980년대부터 유지해온 법인세율 인하 정책을 지속할지, 아니면 법인세 과세체계의 근본적인 개혁을 통해 법인세제가 가진 투자 및 재무구조 왜곡 효과를 개선하고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는 장기적인 정책을 마련할지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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