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시장에 봄기운이 퍼지고 있다. 최근 A등급 이상 회사채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는 가운데 BBB 이하 등급 회사채 발행도 줄을 잇고 있어서다. A등급 회사채의 물량과 수익률에 충족되지 못한 투자심리가 BBB 이하 등급 회사채시장으로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번주(3월30일~4월3일)에 총 30건(2조229억원 규모)의 회사채가 발행된다. 이는 지난주에 비해 건수로는 16건 늘어난 데 반해 액수로는 6,500억원 줄어든 규모다. 특히 이번주에 집중된 BBB등급의 회사채 발행 성공 여부는 앞으로의 자금시장 추이를 내다볼 수 있는 시금석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신용등급 BBB인 아시아나항공이 30일(1,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는 데 이어 금호종합금융(BBB+)도 31일 15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한다. 한화엘엔씨(BBB) 역시 3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한다. 신용등급이 낮은 BBB 회사채시장이 활성화될 경우 기업들의 자금조달 창구가 확대되면서 자금난 극복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채 발행액은 지난달부터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월 월간 회사채 발행액은 9조787억원으로 1월(8조4,450억원)보다 7.5% 증가했다. 특히 지난달의 경우 회사채 중에서도 금융채나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제외한 일반 회사채 발행액이 7조7,232억원으로 1월(4조8,602억원)보다 58.9%나 늘어났다. 이처럼 회사채시장에 훈풍이 부는 것은 저금리 기조 속에 갈 곳을 잃은 시중자금이 상대적으로 조금 더 나은 수익을 내기 위해 몰려들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회사채 수익률도 27일 현재 6.07%를 기록, 전주보다 0.15%포인트 올라갔다. 주로 확정금리형의 A등급 이상의 우량 회사채를 중심으로 이 같은 추세가 시작됐다면 앞으로 BBB등급 이하 회사채로까지 봄바람이 확산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다만 이 같은 훈풍이 본격적인 신용경색 탈출의 신호탄이 될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는 조심스러운 반응이 주류를 이룬다. 회사채 발행에 성공하는 사례는 주로 우량한 대기업들이고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사정이 어려운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대규모 추가경정 예산편성을 위해 수십조의 국고채를 풀 경우 채권시장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한계기업 퇴출을 위한 금융권의 기업구조조정이 지연되는 것 역시 회사채시장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기업들의 옥석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투자 리스크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으로 BBB등급 이하 회사채시장이 전반적으로 살아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해운 및 대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는 다음달이 지나야 자금시장의 향방을 좀더 확실하게 가늠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