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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호 칼럼] 3C로 무장하라

모처럼 인천지역 대학 선후배 골프모임에 참석했다. 약간 흐린다는 일기예보를 비웃기나 하듯이 비가 억수같이 내렸다. 레인 체크(Rain chek, 우천순연권·雨天順延券-기상형편이 나아질 때까지 플레이시간을 연기해 주는 것)제도가 없으니 18홀 라운드를 고군분투할 수밖에 없었다. 이비인후과 박교수와 동반 플레이를 하게 되었는데 악천후 속에서도 골프의 비결인 3C, 즉 자신감(Confidence), 집중력(Concentration), 자기조절능력(Control)을 유지하는 그의 건실한 생활태도와 신조가 필드에서도 그대로 재연되었다. 복장부터 우중(雨中) 플레이에 대비, 아래 위를 모두 비옷으로 갈아입고 완전무장한 자세로 필드에 나서는 준비성을 보여줬다. 흔히 이비인후과는 두 귀, 두 코, 목구멍을 치료한다 하여 오공과(五空科)라는 별명이 있다. 속된 말로 매일 구멍을 들여다보니 홀(Hole)에 대한 3C 훈련이 잘되어 있나보다 생각하며 라운드를 끝냈다. 스포츠 심리학에선 종종 머리를 주인으로 생각하고 근육을 하인으로 비유하여 설명한다. 일례로 「잘 맞을까?」이런 저런 의구심을 가지고 어드레스에 들어가서는 좋은 샷을 날릴 수 없다는 얘기다. 주인인 머리가 좋은 샷이 나올까 의심하는데 하인인 근육이 좋은 샷을 보여 주겠는가. 자신감이란 몸의 부분들이 서로 믿어주는데서 생기는 법이다. 집중력은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한가지만 머리속에 두어야 한다. 자신을 단순하게 여겨서 다른 생각들을 줄여야 한다. 골프의 전 과정을 생각하다 보면 정작 자신의 목표가 홀(구멍)인 것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파, 파, 버디 등으로 플레이가 잘 풀려 가는데 옆의 동반자가 「백스윙할 때 숨을 들이쉬고 다운스윙할 때 숨을 내 쉰다고들 하는데 댁은 어떤 가요?」라는 한마디에 주인과 하인이 헷갈려 이후 라운드가 엉망으로 끝났다는 골프계 일화도 있다. 다음 얘기도 교묘한 수법으로 상대방의 집중력을 흐트려 조절능력을 무너뜨린 에피소드다. 마스터스를 앞두고 「원로」 샘 스니드와 톰 카이트가 남아프리카 신예인 바비 코울과 연습라운드을 가졌다. 그런데 문제의 사단은 왼쪽으로 휘어진 도그렉 파5의 8번홀(오거스타내셔녈GC). 멋진 드라이브샷을 날리고 난 스니드는 『여보게 젊은이, 내가 자네 나이 때는 저 소나무 위로 그냥 넘겨 버렸다네』라며 어드레스를 하려는 코울에게 말을 건넸다. 전력을 다해 날린 코울의 볼이 소나무 높이 3분의 2쯤에 걸려 버렸다. 스니드는 껄껄 웃으며 『하기야 내가 자네 나이 때는 저 소나무도 자네 키만 했었지…』 【강화병원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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