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가격 인상으로 촉발된 원자재 파동이 가격 급등을 넘어 비싼 값을 주고도 살 수 없는 품귀현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 영향으로 중소기업들의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더욱이 이들에의 납품을 받는 대기업도 영향권에 들어가면 국내 경제계에 큰 파장이 일 것으로 우려된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붕사ㆍ석판ㆍ하이스ㆍ에스케이디 등 중소기업들이 사용하는 주요 원자재의 공급이 달리면서 재고확보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고급 유리, 실험실 자재 등의 원료로 쓰이는 붕사는 올 들어 공급업체가 공급량을 줄이면서 일부 업체의 경우 필요량의 절반도 구하지 못하는 등 상황이 심각하다. 붕사는 미국 보락스사에서 필요량의 대부분을 공급 받고 있는데 올 들어 이 회사가 중국 공급량을 늘리면서 국내 공급을 줄인 게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유리조합의 한 관계자는 “보락스사가 공급을 줄이는 것은 국내 총판에 공급하는 가격이 톤당 50만원인 반면 중국 총판에 공급하는 가격은 60만원으로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이라며 “다른 곳에서 수입하는 것도 어려워 아무런 대책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실험실 유리자재 등을 생산하는 A사의 한 관계자는 “한 달에 20톤 정도의 붕사가 필요한데 현재 공급 받는 물량은 8톤에 불과하다”며 “이 때문에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붕사 수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비료업계의 경우 원자재 구득난으로 수출이 감소하는 수준에까지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캔 제품을 만드는 제관업계는 원자재인 석판(철판에 주석을 입힌 것) 가격이 오르면서 가수요가 붙어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제관조합에 따르면 석판 가격이 지난 2월 톤당 7만원 오르면서부터 업체들이 추가 인상에 대비해 재고 확보에 나서고 있다. 제관조합의 한 관계자는 “이달 초 다시 톤당 17만원이나 오르면서 모든 업체들이 재고를 늘리고 있다”며 “신일본제철이 3ㆍ4분기 철판가 인상을 예고한 상태여서 재고 확보에 따른 쇼티지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제관업체 관계자는 “원래 재고를 15일분 정도 확보하는데 이달 인상에 대비해 20일로 늘렸다”며 “식용류ㆍ페인트ㆍ장류 등에 쓰이는 18리터 캔용 석판은 아예 구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하이스ㆍ에스케이디 등 고급 공구 제조에 쓰이는 원자재 역시 가격 인상은 물론 구득난까지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용식 공구조합 이사장은 “하이디 등 특수강 분야는 해외 투기자본이 들어와 물량을 조절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아직은 일부 원자재에 국한된 문제지만 확산 가능성이 높은 만큼 대기업과 정부도 대책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