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기업이 얼마나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을 하는 지 제대로 평가해 이에 합당한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그래야만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 기업에 더 많은 투자자와 기업이 동참하게 된다."
최태원(사진) SK 회장은 14일 출간한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이라는 제목의 책에서 이 같은 내용의 사회적 기업 활성화 방안을 제시하고 "사회적 기업의 생태계 조성을 평생의 과업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이 책은 최 회장이 옥중에서 경영하면서 느낀 사회적 기업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정리해 집필했다. 일종의 사회적 기업 지침서로 국내 대기업 총수가 자서전이나 에세이류가 아닌 전문서를 직접 쓰기는 극히 이례적이다.
최 회장은 이 책에서 '사회적 기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배경'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기업의 필요성' '사회적 기업의 현실과 한계 및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 등에 대해 기술했다.
최 회장은 이 책에서 'SPC(Social Progress Credit)' 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소외계층 배려, 환경보호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정도에 비례해 사회적 기업에게 인센티브를 주자는 것이다.
그는 "사회적 기업의 대부분은 공익성과 지속가능성 상충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며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만큼 금전적 인센티브를 준다면 더 많은 투자자와 기업이 사회적 기업에 투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시스템화한 SPC를 도입할 경우 "사회적 기업 생태계에 거대한 선순환을 촉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최 회장의 주장이다.
사회적 기업에 금전적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안에 대해 최 회장은 "이미 사회적 기업에 세금 공제나 보조금 혜택이 주어지고 있지만, 당장 자금이 부족한 사회적 기업에 도움이 되려면 이를 양도가 가능한 세액 공제권 등의 형태로도 개발하는 등 다양한 방식의 인센티브를 설계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이에 앞서 지난 2013년 열린 다보스 포럼에 패널리스트로 참가, SPC라는 명칭을 처음으로 사용한 바 있다.
최 회장은 "SPC를 도입하려면 사회적 가치를 측정할 기준을 마련해야 하고, 어떤 사업에 투자할 것인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며 보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도 담았다.
또 "SPC가 전부는 아니며, 사회적 기업의 확산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백색 효과'도 필요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는 '행복도시락'·'행복학교' 등 SK의 실제 사례뿐만 아니라 '아큐먼 펀드', '피플스 슈퍼마켓' 등 국내외의 다양한 사례를 인용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최 회장은 사회적 기업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에 대해 선친인 고(故) 최종현 회장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면서 "어린 시절, 매주 오지를 찾아 나무를 심고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해 기초 학문 분야의 인재육성을 추진한 선친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나무가 빽빽한 숲과 수백 명의 최고 학자들을 보며 기업·기업가의 사회적 기여의 큰 의미를 깨닫는다"고 기술했다.
그는 이어 "선친께서 몸소 보여주신 사업보국과 사회공헌 정신을 계승·발전시켜야 하는 내 인생의 소명을 이제 사회적 기업에서 찾을 것"이라며 "앞으로 경영뿐만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과 사회적 기업 활성화를 통해 사회에 공헌하는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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