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자산시장에서 나타난 특징 중 하나는 주식과 채권가격의 동반 상승 흐름이다. 그런데 지난달 중순 이후 글로벌 주식시장은 전반적으로 하락 전환했고 채권시장은 강세를 이어가면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달러 강세와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 때문이다. 유로존 국채금리는 지난주 말 급등했지만 미국 국채금리는 다시 전저점을 밑돌고 있다. 우리나라 국채는 보합권을 유지하고 있고 아시아 국가의 국채금리는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펀드도 주식형보다는 채권형으로 자금이 쏠리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채권금리 하락 현상이 앞으로도 이어질지는 미국의 양적완화(QE3) 종료와 금리인상 시점에 국제 금융시장이 반응하는 강도에 달렸다. 장기적으로는 QE4 실시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현재로서는 유럽과 중국에서 비롯된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어 적어도 연말까지는 채권금리의 하향 안정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QE1·QE2 종료 후에도 채권금리가 변곡점을 나타내거나 하향세를 보였던 사례가 있다.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의 약세 흐름 역시 금리하락 요인이다. 최근 유가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으로 4년 만에 최저 수준인 배럴당 81달러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부진의 증거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달러화 강세 가능성을 차치하더라도 펀더멘털 측면인 실제 수요와 공급 요인을 감안하면 원유 가격은 약세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중국을 위시한 세계 각국의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부진해 원유 수요 증가 폭이 둔화되는 가운데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셰일가스 혁명으로 지난 2012년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유 재고도 사상 최고 수준을 경신해나가고 있다. 원유뿐 아니라 금속·농산물 등 기타 원자재 역시 공급 우위인 구조적 환경을 갖고 있어 원자재 가격이 반등하더라도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 인해 글로벌 생산자와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낮은 수준이 지속돼 금리를 억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주가는 언제 상승 전환이 가능할까. 세계 각국의 환율이 안정되는 가운데 채권금리가 추가 하락하지 않거나 반등 조짐을 보일 때가 반등 시점이다. 앞으로 신흥국에서 국제 자금 이탈 현상이 크지 않으면 여전히 아시아 신흥국의 주가가 빠르게 상승 반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달리 꾸준히 외환 보유액을 늘려왔고 경제성장이 다른 지역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중국·한국·대만·필리핀 등이 그런 국가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코스피 시장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에 못 미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안전자산 선호에 따른 엔화 강세로 원·엔 환율이 상승하고 있어 주요 수출기업들의 4·4분기 실적이 호전될 것으로 기대된다. 과거 원·엔 환율이 상승 반전했을 때 자동차 등 운수장비 업체들의 주가 회복이 빨랐던 점을 참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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