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향후 5년간 1조5,000억원을 부품소재에 쏟아붓겠다는 계획을 세운 건 무엇보다도 대(對)일 무역역조 현상을 타개하자는 목적이 강하다. 지원체계도 과거와 달리 부품소재 분야의 기술개발을 수행하는 기업에 단계별 맞춤형 지원을 통해 시장가치가 높은 지적재산권을 획득하는 데 중점을 두기로 했다. 지식경제부는 13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 올해부터 오는 2012년까지 모두 1조5,000억원을 들여 기술개발과 시장확대에 나서 현재 세계 7위인 부품소재 분야 세계시장 점유율을 2012년까지 5위로 끌어올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제2차 부품소재발전 기본계획을 심의ㆍ확정했다. ◇“무역흑자 900억달러 목표”=정부는 부품소재 분야에서 무역흑자 900억달러를 달성한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2차 계획부터는 부품소재 기술개발전략을 그간의 국내 기업ㆍ대학ㆍ연구소를 활용하는 ‘국내 완결형’에서 해외 완성품 생산기업, 소재 분야 선진국 대학, 연구소 등과 연계된 ‘개방형 전략’으로 전환한다. 특히 부품소재 분야 중견ㆍ중소기업이 대일 무역적자의 주요 요인인 첨단 부품소재 분야 기술개발을 수행할 경우 기획단계에서 연구수행, 완료단계별로 맞춤형 지원정책을 펴기로 했다. 정부는 먼저 2012년까지 8,953억원을 들여 녹색성장을 뒷받침하는 100대 융복합 부품소재 핵심기술을 확보할 예정이다. 또 소재 분야에서 미래선도 기술 60개를 선정해 개발에서 실용화까지 10년간 과제당 매년 20억원씩을 지원해 주기적인 지원체제도 구축한다. 이와 함께 해외 부품소재기업의 인수합병(M&A), 자본제휴, 합작기업 설립 등을 통해 국내 부품소재기업을 대형화한 뒤 세계시장 점유율이 10%를 넘는 글로벌 기업 100개를 육성하고 자동차와 전기ㆍ전자, 화학 등 8대 업종에서 부품소재 전문인력 5만명도 양성하기로 했다. 아울러 수출을 겨냥, 매년 미국ㆍ일본 등 해외 수요 대기업을 3개씩 선정해 R&D 단계에서부터 공동 개발하고 50억달러의 외국자본을 유치해 글로벌 대기업들의 아웃소싱이 체계적으로 이뤄지도록 뒷받침할 방침이다. ◇부품ㆍ소재, 일본 의존도 어떻기에=부품소재만을 놓고 볼 때 대일 교역은 사실상 일방이다. 지난해 대일 적자는 328억달러를 기록하며 기록을 경신했다. 이중 적자의 64%인 209억달러가 부품ㆍ소재 분야에서 발생했다. 수십년간 정착된 ‘일본산 부품ㆍ소재-한국의 완성제품 생산구도’의 산업구조 탓이다. 실제로 2002~2008년의 대일 부품ㆍ소재 수입 증가요인을 분석해보면 증가된 내수를 충족시키기 위해 늘어난 수입은 10%에 불과하다. 반면 67%는 해외수요, 즉 수출제품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수출을 위해 일본산 부품ㆍ소재를 수입했고, 이를 기반으로 완성품을 만들어 수출해왔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지난해에는 물량 증가가 아닌 원자재가 상승이 대일 부품ㆍ소재 적자를 더욱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정부가 일본으로부터의 수입품목을 중심으로 단기ㆍ중기ㆍ장기 R&D 필요품목을 발굴해 지원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구조를 깨보자는 심사다. 정부는 이와 함께 4∼5개가량 조성될 부품ㆍ소재 전용공단에 일본의 핵심기술 보유기업을 유치하고 일본의 수요 대기업과 R&D 단계에서부터 공동 개발을 지원해 국내 기업의 수출을 늘리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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