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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의 그늘이 곳곳에서 드러나지만 개중에도 구제금융 신청은 침체의 골이 깊어지거나 장기화할 때 드러나는 전형적인 현상이다. 올 들어 개인 워크아웃이나 프리워크아웃이 늘어나는 것이 단적인 예다. 지난 2008년 말 글로벌 위기 이후 급증했던 구제금융 신청이 이듬해 다소 줄어드는 듯하더니 위기가 길어지면서 다시 구제의 손길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급증세로 돌아선 것이다. 최근 조사 결과에서 더욱 주목할 부분은 '경제의 허리'라 할 수 있는 30ㆍ40대 신청자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선거 등에서 '2040'이 분노를 표출하는 것도 이런 경제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구제금융 신청 급증은 추후 가계부채 문제가 터질 수 있다는 징조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경제의 허리, 30ㆍ40대의 몰락=프리워크아웃과 워크아웃 신청 현황을 보면 3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30대의 프리워크아웃 신청은 3,756건으로 전체(9,826건)의 38.2%로 가장 높았다. 40대는 2,952건으로 30%를 점유했다. 개인 워크아웃도 비슷하다. 9월까지 연령대별로 가장 많은 집단은 40대(2만293건)로 전체(5만8,273건)의 34.8%에 이르렀다. 30대의 워크아웃 신청도 1만9,060건으로 전체의 32.7%에 달했다. 30ㆍ40대의 경우 경제활동인구의 주요 축을 이루고 있고 국내 소비심리를 견인한다는 측면에서 심각성이 더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도 젊은 층에서 채무불이행이 많이 증가하는 것은 결코 좋은 신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과도한 가계부채ㆍ실업 등이 원인=개인 부실이 늘어나는 것은 기존의 가계부채가 지나치게 많은데다 신규수입은 크게 늘지 않아서다. 올해 1ㆍ4분기 사상 처음으로 800조원을 넘긴 가계부채 규모는 9월 말 기준 892조5,000억원까지 증가했다. 특히 연소득 대비 대출잔액 비중이 400% 이상이거나 담보가액에 대한 대출잔액 비율(강남 33%, 강남 제외 서울 40%, 수도권 49%, 지방 50% 이상)이 높은 '부채상환능력 취약계층'이 전체 주택담보대출자의 26.6%에 달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올해 들어 프리워크아웃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경기가 그만큼 좋지 않다는 반증"이라며 "기존 가계부채가 많은데다 경기하락 등으로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신용회복을 신청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올 1월부터 10월 말까지 프리워크아웃 신청 건수는 1만1,304건으로 전년 동기(5,455건)의 두 배가 넘는다. 프리워크아웃 동향은 가계부실을 가늠할 수 있는 계측기로 신청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가계부실 현실화가 임박했다는 증거라고 금융권 관계자들은 말한다. ◇금융권 연쇄적 부실 우려=돈을 갚지 못해 손을 드는 이들이 많이 나오면 결국 금융사들도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 개인이 구제금융을 신청하면 은행은 이자를 일부 탕감해줘야 하고 10년에서 20년까지 장기로 돈을 나눠 갚게 해줘야 한다. 이마저도 제대로 안 되면 손실은 전부 금융사가 떠안아야 한다. 개인부실이 금융사 부실로 전이되는 것이다. 실제로 은행권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10월 말 현재 0.75%로 전달에 비해 0.04%포인트 상승했다. 신용카드 연체율도 3월 말 1.63%에서 9월 말 1.91%로 상승했다. 경기침체의 그늘이 구제금융 신청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금융권의 부실을 확대하는 모습이 그려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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